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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에 의해 제도화된 공판중심주의의 내용들은 궁극적으로 사실인정의 합리화를 도모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사실인정의 합리성은 적법절차 속에서 구현되며, 현대사회에서 적법절차는 법치국가와 민주주의가 내적으로 통합된 형사절차이어야 한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내적 결합은 법관의 심증형성이 갖는 인식론적 구조 속에서 확인되는 특성이며, 이는 마당적 이해라는 개념에 의해 잘 파악된다. 법관이 사실 확정을 해나가는 인식은 소송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피고인이 행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행위를 재구성하는 이해활동이다. 이전에 내가 제시했던 마당적 이해의 다섯 가지 구조적인 특징은 휘발성, 상호작용의존성, 정보의 선별과 조합, 인지의 주관성, 성공의 불확실성, 다섯 가지였다. 이번 글에서 나는 이러한 마당적 이해의 구조적 특징에 무정형성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덧붙여 다시 한 번 새롭게 마당적 이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특징들의 추가는 공판중심주의의 활성화 입법인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비판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법관의 사실인식이 이와 같은 마당적 이해라면 사실인식이 목표해왔던 이른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소송의 기획은 포기되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은 조서재판에 대한 비판적 반성을 오랜 세월동안 마비시켜왔으며, 실체적 진실 개념을 뒷받침하는 자유심증주의는 자의적 심증을 합법화하는 제도로 변질되기 쉽고, 또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기획에 배태되기 쉬운 법관의 인식론적 오만은 형사사법 전체에 걸쳐 공판중심주의를 외면하게 만들기 쉽다. 마당적 이해가 바로 이러한 실체적 진실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온 형사사법을 다른 패러다임 속으로 옮길 수 있다. 마당적 이해는 법관이 인식하는 사실이 이미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형사사법의 ‘체계’ 안에서만 타당한 진실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곧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진실은 소송 안에서 진실일 수 있을 뿐이다. 법원의 사실인정이 타당성을 확보하고 시민들로부터 사법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인식론적 전환과 법관의 역할변화가 요구된다. 법관은 홀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외로운 인식의 주체가 아니라 소송참여인과 부단히 관점을 교환하는 대화적 주체이며 법관의 사실인식은 하나의 말행위가 된다. 따라서 법관은 사실인식에 관한 말행위를 함에 있어 타당성을 승인받기 위해 자신의 말행위에 대해 소송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논증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마당성에 대한 관점에 바탕을 두고 2007년 개정법이 지향한 법정책의 중요기획에 대해 비판과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먼저 공판의 민주화 요청을 확대 구현하거나, 이해의 마당성을 충실하게 창출하거나, 마당적 이해의 실패를 견제하고 왜곡을 통제함으로써 마당적 이해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개혁점이 발견된다. 반면 개정 법률은 공판중심주의의 활성화기획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당적 이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 개혁 점들을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2007년 공판개혁안도 시행과 착오, 지속적인 반성과 교정을 통해 적법절차의 이상에 다가가는 법개혁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