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우리가 잘 알다시피,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은 디드로의 이전 작품들이나 서간문에서 보였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논리적 정연함보다 유추로 가득 차 생동감은 넘쳐나지만 까다롭다. 그리고 디드로의 많은 작품처럼, 『달랑베르의 꿈』도 대화의 형식이 이용되고 있다. 『달랑베르의 꿈』의 대화는 모든 대화자들이 하나의 주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 대화 형식이다. 게다가 이 대화에는 꿈의 대화도 포함된다. 디드로가 등장시킨 달랑베르가 꾸는 꿈은 현실과 상상,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달랑베르의 꿈』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화의 예술을 분석하려는 것이 이 소 논문의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연구를 세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우선 언뜻 보아 난삽하고 복잡해 보이는 『달랑베르의 꿈』의 내적인 텍스트 구성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정리를 하였다 : 텍스트의 연사적(수평적)인 측면 ; 계열적(수직적)인 측면. 그 다음 장에서는 『달랑베르의 꿈』에서 보여주는 꿈의 역할을 살펴보았고, 마지막 장에 가서 『달랑베르의 꿈』에 나타나는 대화의 예술들을 분석하였다. 『달랑베르의 꿈』에서 디드로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였다. 이 세상에 생명은 어떻게 탄생되었으며, 생명체는 어떤 방법으로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결합 내지는 분화하게 되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하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창조주로서의 신의 존재는 받아들이지 않고, 존재하는 유일한 실체인 물질에서 시작해서 존재의 사슬고리를 따라가면서 인간과 인간의 본성, 도덕의 문제까지 다루었다. 『달랑베르의 꿈』은 명확하고 선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대화이다. 먼저 유물론자인 디드로(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등장한다.)와 그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당시 수학자이며 기하학자로 명성을 떨치던 달랑베르 두 철학자가 토론한다. 디드로 자신은 이원론을 거부하고 유물론적 일원론을 제시하면서 물질이야말로 유일한 하나의 실체이며, 물질은 보편적 감성을 갖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어떻게 생명이 태어나며, 어떤 식으로 생명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감각작용과 사고 작용이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두 번째 대화에서는 처음에 유물론자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던 달랑베르가 열에 들떠 잠자는 와중에 꿈을 꾼다. 그러자 그와 함께 사는 ‘실제’ 그의 연인이었던 레스피나스 양이 그가 꿈꾸면서 중얼거리는 말들을 기록해두었다가, 당시 가장 유능한 의사였던 보르되에게 보여준다. 의사는 그를 진찰한 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말해주고, 그녀가 적어둔 기록들을 보면서 그가 꿈속에서 한 말들을 해석한다. 첫 번째 대화에서 다루어진 거의 모든 주제들에 주석이 붙고, 실제 사례들이 덧붙여진다. 세 번째 대화는 디드로와 달랑베르가 부재한 상태에서 보르되 의사와 레스피나스 양 단 둘이 성(sexe)과 관련된 과학적, 도덕적 문제들에 관해 나누는 대화이다. 길이가 짧고, 내용도 그다지 풍부하지 않지만,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성의 해방과 이종교배에 대한 환상을 정당화한다. 『달랑베르의 꿈』은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왜냐하면 『달랑베르의 꿈』은 대화인 동시에 꿈이다. 대화를 꿈에 속하게 만드는 이 방식은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이고 대담한 가설들을 유효적절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되었다. 꿈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한 인식과 이성적 분석을 넘어서 있는 것으로, 이러한 꿈의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디드로는 자신의 독자들이 일상적 담론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할 사실들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대담한 가설들이 꿈꾸는 사람 혼자에 의해서만 발화된다면 그 설득력이 반감된다는 것을 안 디드로는 달랑베르가 꿈에서 자신과 나누었던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 『달랑베르의 꿈』의 대화 예술이었다. 게다가 꿈꾸는 달랑베르가 중얼거린 말들을 전부 독자의 견해를 대변하는 레스피나스 양에게 기록하게 하고, 그 기록을 다시 디드로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보르되가 재해석하는 방식도 대화의 예술이었다. 끝으로 디드로가 보여주는 대화의 예술은 대화에서 유추의 방법을 동원한 것이었다. 『달랑베르의 꿈』에서 은유는 과학을 표현하는 문학적인 형식이었다. 디드로는 하나의 단어나 이미지, 개념의 형태가 원래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이동할 때마다 유사성에 근거한 또 다른 은유가 등장하게 하였고, 또한 이러한 은유를 통해 사물의 특이한 진리가 드러나게 하였다. 디드로가 『달랑베르의 꿈』에서 보여준 은유는 히드라 같은 폴립과 무수히 많은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벌 송이나 인간의 사고 작용과 현의 공명 현상을 비유하는 악기들이다. 디드로는 『달랑베르의 꿈』에서 이러한 은유들처럼 하나의 유기체적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변형과 통일성을 이루어 나가는 ‘살아 있는 동물’처럼 대화를 구성해 갔다. 다시 말하면, 디드로는 『달랑베르의 꿈』의 대화 속에 중심이 되는 주제를 정해 놓고 ‘많은 부수적 생각’들을 발전시키고, 변형시키고 또 시적으로 예쁘게 포장해 나갔다. 그러면서 디드로는 『달랑베르의 꿈』을 엄격하게 잘 구조화 시킨 하나의 ‘유기체적인 통일체’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