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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에서는 <숙향전>과 <매트릭스>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숙향전>이 지니는 의미를 좀 더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한편, 오늘날의 고전으로 <숙향전>이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고찰해 보았다. <숙향전>의 일상계/초월계의 양분 구도는 <매트릭스>의 현실/가상현실의 구도와 닮아 있다. 일상계와 초월계의 현란한 소통을 보여주는 <숙향전>은 이화정에서의 숙향과 이선의 결혼식 장면을 정점으로 일상적 공간과 초월적 공간이 동일공간에 병치해 있는 양상을 형상화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적 공간도 그 외피 하나를 벗기면 초월적 공간으로 순식간에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 속에 생생하게 보이던 공간도 현실에서는 단순한 코드에 불과할 뿐이며, 가상현실의 외피를 하나 벗기면 거기에는 엄연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 양상과 대응된다. 이러한 구조적 상동성을 근거로 <숙향전>과 <매트릭스>를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숙향전>은 <매트릭스>와 유사한 측면을 지니면서도 또 다른 양상을 보임으로써 <매트릭스>의 복사판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로서 부각될 수 있는 요소들을 확보하고 있음을 고찰할 수 있었다. <매트릭스>에서의 가상현실이 허상에 가까운 것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마취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현실과의 관련성이 그리 깊지 않다면, <숙향전>에서의 초월계는 자아의 본향과 같은 곳으로 현실과의 유기적 관련성이 깊이 있게 드러난다. 이에 따라 <매트릭스>에서는 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이 명확한데 반해, <숙향전>에서는 초월계가 현실로도, 가상현실로도 읽히는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매트릭스>를 넘어서는 심도 있는 의미망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숙향전>은 <매트릭스>와의 비교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1) <숙향전>의 ‘초월계’가 <매트릭스>의 ‘현실’에 대응되는 것으로 읽었을 경우에는, <숙향전>은 <매트릭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착화된 제도의 굴레를 뛰어넘어 자신의 진정한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하는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검토할 수 있었다. 2) <숙향전>의 ‘초월계’가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에 대응되는 것으로 읽었을 경우에는, 가상현실이 가져올 디스토피아가 극단적으로 형상화된 <매트릭스>와는 달리, <숙향전>은 가상현실이 긍정적으로 활용된다면 이상적인 자아상의 창출을 통해 현실의 결핍을 메우고 자존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파악할 수 있었다. 3) <숙향전>의 ‘초월계’가 ‘현실’일 수도 있고 ‘가상현실’일 수도 있는 것으로 읽었을 때는, 앞으로 도래할 현실과 가상현실 간의 통합적 관계망 속에서 그 둘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작품으로서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었다. 요컨대, <숙향전>의 일상계와 초월계의 양분 구도는 <매트릭스>와 유사한 현실과 가상현실의 양분 구도로 치환될 수 있으면서도, 총체적인 세계관 속에서 <매트릭스>와는 차별되는 또 다른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This study considered deep-rooted meaning and potential of rebirth of Sukhyangjeon in comparison with Matrix. The composition of common/transcendent world in Sukhyangjeon resemble the composition of reality/virtual reality. The florid communication of common world and transcendent world in Sukhyangjeon shows that ordinary common world can be changed to transcendent world in the blink of an eye. On the other hand, Matrix shows that a vivid world in virtual reality is a mere code in real world. Virtual reality can be changed to solemn reality in Matrix. Through the analysis of these structural similarity, we can presume that the characters in Sukhyanjeon performed a function as ‘avatar’ overcoming the painful reality to the people of the time. The virtual reality in Matrix is near to illusion, but the transcendent world in Sukhyangjeon has deep organic relation with reality. Bisectional composition of common world and transcendent world in Sukhyangjeon can be substitute with the structure of reality and virtual reality in Matrix. On the other hand, the whole outlook of the world of Sukhyangjeon can present alternative messages to fragmented daily life in modern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