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본고에서는 17․18세기의 대표적인 장편고전소설들에서 여성 보조인물의 양상과 역할 변화의 추이, 그 의미를 탐구하여 소설 장편화 전략을 파악하고, 이것이 여성 독자층의 사유와 욕망과 관련되어 있음을 논하였다.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작품들은 장편고전소설의 사적 흐름과 변모의 양상, 유형적 특징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연작형 삼대록계 장편소설이라 불리는 것들의 후편인 <소씨삼대록>, <유씨삼대록>, <조씨삼대록>, <임씨삼대록> 등이다. 장편고전소설은 서사의 진행이 주인공 가문의 일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선한 주인공이 심한 고난을 당하거나 악한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을 동원해 악행을 저지를 때에 이들을 돕는 인물들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서 주인공을 보조한다. 그래서 이들을 ‘보조인물’이라 칭하였다. 다시 말해 부수적 인물 중에서 보조적 인물 즉 조력자만을 지칭하며, 부수적 인물 중에서 단독으로 사건에 관여하는 이들은 제외하였다. 주인공을 돕는 술사(術士), 여승, 유모(乳母), 시비(侍婢), 상궁 등이 해당되는데, 이들은 주인공 곁에서 조언을 하고 하늘의 뜻을 계시받기도 하면서 그녀들을 돕거나 위기에서 구한다. 한편으로는 갈등을 증폭하거나 해소하는 등 서사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하고 다른 주변인들과 공모하여 규모를 확장하기도 하며 지혜와 기획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등 큰 역할을 한다. 악한 보조인물의 경우 그 활약이 더 두드러졌는데, 주로 악녀형 인물 곁에서 악행의 강도와 비중을 높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주변인들과의 공모를 통해 현실성을 강화하고 서사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조씨삼대록>의 신법사, <임씨삼대록>의 묘월과 능운 도사는 묘술과 단약을 사용함으로써 변신과 공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하여 작품의 환상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조씨삼대록>과 <임씨삼대록>은 여성 보조 인물의 숫자와 역할이 전편(前篇)들에 비해 대거 늘어났다는 면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조씨삼대록>에서는 심리 묘사나 사건의 현실적 개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통속적이고 일상적인 재미가 강화되었다면, <임씨삼대록>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어 환상적이고 골계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두 작품에서는 여성 보조인물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서사의 확장과 갈등의 첨예화가 실현되고 장편화가 가능해졌음과 동시에, 여성들의 힘을 과시하고 환상적으로 욕망을 표현하는 흥미소가 강화된 것이다. <소씨삼대록>, <유씨삼대록> 등에서는 현실 속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적인 인물들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비슷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감정 이입을 유도했지만, <조씨삼대록>, <임씨삼대록>에서는 이러한 공감보다는 극단적인 선악 대비를 통한 교훈성과 대리만족적인 성격이 커진 것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한 번쯤은 꿈꿔봤을 애정욕이나 권력욕을 실현하려고 애쓰는 악녀들과 그 곁에서 많은 일을 주도하고 실행하는 보조인물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도, 늘 실패하는 그녀들이 웃음거리가 되거나 징치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욕망을 누르며 사는 자신들의 현실에 만족하게 되고 도덕적인 우월감까지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18세기의 장편소설 <완월회맹연>에서도 여성보조인물들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장 악한 여성이 시어머니라는 월등한 지위를 지녔기에 직접 며느리를 핍박하면서 지속적이고 극악한 악행을 실행하므로 삼대록계 소설들에서처럼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는 시비가 보이지 않는다. 또 도사나 묘승들이 등장해 해결사 노릇을 하거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는다. 이는 이 작품의 관심이 현실과 일상, 도덕적 교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장편고전소설에서 여성보조인물의 존재와 비중은 작품의 지향과 서사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중요한 인물군이라 할 수 있다.


This paper figures out lengthening strategies of novels and argues that they are related to female readers' reasoning and desires by studying female assistant characters' aspects, the development of changes of roles and its meaning in representative Korean full-length classical novels. The novels as subjects of study can show a process of formation, historical flow, aspects of changes and typical characteristics. In short, this paper analyzes three generation long-length classical novels of 17th and 18th century, which are <SoSsiSamdaerok>, <YooSsiSamdaerok>, <ChoSsiSamdaerok>, <LimSsiSamdaerok>. Since there are gaps of several years to a hundred years between them, it is possible to figure out differences between Korean full-length classical novels and their dynamism by studying characteristics and the development of changes of female assistant characters. In addition, it is possible to find out that lives, desires and tastes in novels of female readers in the late Chosun Dynasty are reflected in descriptions of female assistant charac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