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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아베 코보의(安部公房) 주요 모티브 중 하나인 ‘유령’을 재해석함으로써, 「타인의 얼굴(他人の顔)」(1964)을 전쟁기억과 인종문제의 관점에서 독해한 글이다. 아베 코보에게 있어 ‘유령’은 인간의 사상이나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역사적 기억의 힘을 의미한다. ‘유령’이라는 모티브의 등장을 1931년부터 1945년까지의 15년 전쟁과 관련된 아베 코보의 소설들 속에서 살펴볼 때, 그 역사적 기억이 곧 전쟁기억을 상기시킴은 명백해진다. 그의 소설에서, 유령에 대한 반복되는 언급은 역사적 망각, 즉 전쟁을 망각하려는 힘에 대항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현대일본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이 사실 전시 중의 폭력에 대한 억압된 기억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얼굴」에서, 이러한 폭력은 특히 재일조선인을 매개로 하여 일본제국주의가 야기한 인종차별의 문제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전쟁과 인종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타인의 얼굴」을 재구성함으로써, 전쟁기억과 인종문제의 흔적이 전후 내셔널 내러티브의 논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억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타인의 얼굴」은 전쟁이라는 과거 그리고 전후라는 현재의 관계성을 비판적으로 재고할 수 있는 계기적 텍스트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This paper explores the notions of war memory and racism in Abe Kobo's 1964 novel 'Face of Another.' I attempt to show how these notions appear in intertwined fashion in the text, which suggests that Abe was sensitive to not only the racist elements of Japanese imperialism, but also that he saw traces of these same elements still operating in postwar Japanese society. In this regard,Abe's novel can be read as an attempt to critically rethink the relation between wartime past and postwar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