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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서 고유명사는 일반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주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유명사는 명사처럼 특별한 의미가 없고, 그것은 기술적이기보다는 지시적이며, 무엇보다도 식별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유명사의 영불 번역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미셸 발라르는 고유명사학의 세 분류인 인명(인명), 지명(지명), 문화적 지시대상을 포괄하여 고유명사의 기능해 대해 논했지만, 본 연구는 인명에 한정하여 그 기능을 살펴보았다. 우선, 우리는 문화권이 다른 독자들에게 전달이 어려운 한국의 성과 이름의 특수성, 즉 성과 이름에 담긴 함의, 사회적 위치, 돌림자 문제를 놓고 생각해보았다. 대체로 우리는 인명이 지시적인 기능을 주요하게 가질 때 이를 존중하여 번역하지 말고 그대로 옮기는 것reporter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인명의 경우, 라틴문자로 음가를 전사하지 않고는 옮기는 번역 ‘report’ 이 불가능한데, 문제는 라틴문자로 옮기는 체계에 통일된 합의가 없고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이는 B. 주아노(2000)가 지적했듯이, 일본문학이나 중국문학을 비롯한 다른 언어권 인명 번역에서는 없는 일이고 한국어 번역에만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동일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형태로 표기되고 있는 인명표기법의 예들을 다루었다. 한글의 외국어 표기가 한국문화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번역자들이 관계 기관과 공식적으로 합의하여 단일한 표기안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으로, 앞의 경우와는 달리 전사의 방법이 충분치 않을 때, 번역자들은 다른 전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한국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인명의 의미와 맥락을 명시화하거나 말장난 등을 살리기 위해서 주나 보충정보(incrémentialisation)를 다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역사적, 전설적 인물들의 이름(도덕적 품격이나 전형적인 성격이 담겨 있거나 작가가 특별히 부여한 수사학적인 환칭antonomases에 해당하는)을 번역하기 위해서 번역자들은 자주 프랑스 독자들에게 주나 토를 부가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도달어 독자들에게 환칭과 같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 미쉘 발라르가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보다 친숙한 어떤 문화지시대상 쪽으로의 옮김”이 있다. 이는 텍스트에 담긴 한국 고유의 성격과 이국성, 문화적 지시대상들을 지워버릴 우려가 있긴 하다. 마지막으로, 산스크리트어나 중국어에서 파생된 상당한 인명들의 경우, 가장 많이 채택되는 번역 방법은 근원, 다시 말해 산스크리트어나 중국어 어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