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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집권기는 고려 전기에 비해 다양한 산문이 비약적으로 창작되어 한국 한문 산문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시기이다. 특히 序ㆍ書ㆍ記ㆍ說 등이 산문 문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林椿ㆍ李奎報를 비롯한 여타의 산문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논변류 산문은 문집의 ‘雜著’나 ‘雜文’의 하위에 편차된 것으로 보아, 산문 문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규보 이후 李齊賢ㆍ李穀 ㆍ鄭道傳ㆍ李詹 등이 논변류 산문을 창작하였지만 창작 편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바, 여말선초의 산문 문단에서 그다지 유행한 문체는 아니었던 듯하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에서 이규보의 논변류 작품은 특기할 만하다. 첫째, 귀납식의 전개보다는 연역식으로 작품을 전개함으로써 서두에서부터 명쾌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혀 논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한다. 둘째, 차분하게 상대방이나 기존 관념을 논박하기보다 예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언적이고 논쟁적이며,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 물밀듯이 치고 나가는 기세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셋째, 다양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형상화하여 세계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대비적 기법과 文眼ㆍ수미조응의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주제를 부각시키고 논지의 산만함을 방지하는 동시에 논점을 한 곳으로 모아주고 있다. 다섯째,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참신성을 확보하였으며,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에 인식론적 전환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다. 또한 이규보의 논변류 작품은 한문 산문사에 있어 선구적인 업적을 남기고 있다.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창작 작품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체에 대한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 게다가 참신한 입의를 확보하여 기존의 관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논지의 전개 또한 정당하며, 논변류의 완정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곧 무신집권기 산문이 문학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자리매김함에 있어 그의 논변류 산문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A Study on Lee Kyu-bo's Discussing and Distinguishing Style P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