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이 논문은 수세기 동안 문학과 철학의 주제가 되고, 수많은 종교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자유의지(liberum arbitrium)에 관한 것인데, 그 가운데 성 어거스틴과 단테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두 작가 간의 거리는 중세기의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시간적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아주 역설적인데, 그 시작과 끝이 오히려 철학적, 문학적 통찰에 있어 동질적으로 중첩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작과 끝의 동질적 축을 중심으로, 자유의지 해석과 관련한 중세기 전반에 걸친 타락한 사상과 종교를 비판하는 토대로 삼고자 한다. 성 어거스틴은 선과 악의 근원에 관해 펠라기우스(Pelagius)와 논박을 하는 가운데, 『자유의지론』에서 하나님은 선하시고, 선에서 잉태된 모든 것은 선하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아울러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성(ratio; mens)과 이를 운용할 자유의지를 부여하며 선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의지를 잘못 운용한 인간은 타락하게 되고 그에 상응하는 징벌을 받게 되었으며, 그 탓을 하나님께 돌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사상이라며 펠라기우스를 논박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면 인간의 미래를 예지했을 것이데, 이를 예지한 하나님이 인간 타락의 책임이 있다는 펠라기우스의 주장에 대해서 성 어거스틴은 신적 예지(praescientia Dei)보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행동인(motus)으로 작용하는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인간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증명해 낸다. 이러한 성 어거스틴의 철학적 논증을 토대로, 단테는 당시의 교회나 정치 지도자들의 운명론적 세계관과 부패한 도덕성을 논박한다. 당시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무능함과 욕망으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혼란과 문제점을 운명이나 하나님의 탓으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작태를 노출하는데, 이에 단테는 자유의지의 철학적 논증 위에 무능하고 타락한 지도자들의 책임을 추궁하며 비평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