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본고는 50년 동안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활동을 해 온 원로작가 황순원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공동 잣대를 목표로 이루어진 연구의 한 일환이다. 문학과 사회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서의 ‘몸’에 주목하여, 황순원 소설의 ‘몸’이 어떤 담론을 제기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황순원 소설에서 남성화자의 육체적 구현은 특징적이다. 여성의 몸이 가지고 있는 관능적 본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살아있되, 그 자신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몸에 대한 묘사는 배제된 결여와 공백상태, 그것이 바로 황순원 소설의 남성화자가 지니고 있는 큰 특징이다. 대상인물 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묘사 비중도 다르다. 남성은 특징적인 신체 한 부분에 집중되어 몸 전체가 표상되며, 여성은 보다 다양화된 패턴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몸을 구체화시키기보다는 몸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로서의 옷, 거주공간 등에 신체를 확장시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말하기를 기피하고 간접화시키기를 선택한 결과이다. 성적 대상물로서 여성의 ‘몸’을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성의 ‘몸’을 통일된 전체로서 보지 못하게 한다. 여성은 성스러운 모성으로서의 마리아나 요부적 이미지로서의 이브로 양극화되어 나타난다. 마리아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몸을 묘사하지만 이브의 몸은 파편화되거나 제3의 대상물로 대체되어 상징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순수에 대한 결벽증적 성향은 전통적인 남성중심적 ‘몸’에 대한 담론을 부분적으로 강화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여성의 몸이 지니고 있는 통일성과 주체성은 드러나지 않는 언표에 의존해 침묵으로 가리워지게 된다. 남성의 몸은 시선에 집중되며, 몸 자체를 공백으로 비우되, 부분적으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집중적으로 묘사의 대상이 된다. 억제된 남성의 몸은 제2의 분신으로서 ‘검은 그림자’라는 제2의 몸을 만들어낸다. 실체로서의 개성을 무화시킨 그림자는 몸과 사회가 맞닿는 제2의 경계이자 경험의 장이며, 두려움과 소외, 갈망을 담고 있다. 순수성에 대한 황순원의 욕망이 에로티시즘을 기피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몸’을 이렇게 소설 속에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 욕망을 드러내기를 피하기 위해, 그의 소설 속에 있는 몸들은 파편화되고 외부에 존재하는 제3의 대상물로 치환되어버리기도 한다. 망설이고 열린 서사적 결말 속에서도 그의 도덕성이 탈에로티시즘을 지향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몸’ 때문인 것이다. 근대성을 나타내는 ‘몸’으로부터 출발하여, 서정시와 서사, 5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한국 주류남성작가로서의 황순원 소설들은 그런 의미에서 당대의 ‘성담론’을 ‘몸’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따라서 서정성을 통해 더욱 확고해진 그의 소설 속 ‘몸’들은 한국 소설사를 ‘몸’을 기준으로 읽어나갈 때 하나의 기준점으로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This paper of study that has been carried out for the purpose of a common standard for understanding senior writer Hwang Sun-weon's works who has been writing poems and stories for 50 years. Focusing on the 'body' as the place where communication between literature and society take place, this paper looks into what discourses the 'body' in Hwang Sun-weon's story bring ups.[…] Hwang Sun-weon's stories, as the main stream male writer who has come across 50 years, compresses and shows 'sex discourse' of the time, starting from the 'body' that shows modernity to poems and narratives. Therefore, the 'bodies' in his stories that have become even firmer through lyrical nature, will be able to suggest a baseline when reading the history of Korean stories and fiction based on the 'b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