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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논쟁의 낙학파를 대표하는 이간은 미발시에는 心體가 純善하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그에 따르면 미발은 천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상태로서 온전한 理의 세계라고 한다. 이 미발 상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本然之心 때문이라 한다. 오상론에서는 性이 곧 理이고 그 내용이 五常이라는 관점에서 인물을 막론하고 모든 존재는 오상을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오상론에 따르면 인성과 물성이 동일하고, 미발론에 의하면 聖凡의 마음이 같다. 이는 분리 보다 통합을 지지하는 논리체계라 하겠다. 낙학파의 일원인 어유봉 역시 인성과 물성의 동일함을 주장하며, 미발시 심체에 있어서는 성인과 범인의 마음이 같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런데 그의 오상에 대한 의견은 이간과 같지만, 그가 미발을 설명하는 방식은 이간과 달랐다. 어유봉은 미발 상태가 기가 작용하지 않는 氣不用事의 영역이라 설명한다. 이 때에도 기질이 잠재되어 있지만 기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선악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게 부여된 원래의 선함이 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未發時有氣質’의 입장이다. 이는 이간이 ‘미발이 곧 리이며 천명’이라 주장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어유봉의 심성론은 ‘性同氣異’라는 표현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인성과 물성의 동일함을 주장하고 聖凡心의 동일성을 강조한 낙학파의 이론은 18세기 조선 사회가 당면한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대결보다는 공조’, ‘분리보다는 통합’의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이간과 어유봉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어유봉이 낙학파의 기본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개별 이론에서는 몇 가지 지점에서 독자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o You-Bong's Theory of Mind-Nature of Identical Nature and Different Material Force / Ahn, Eun-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