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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이효석 문학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으로 지적되는 서구 지향성이 갖는 의미를 시대적 상황과 우리 문학의 특수성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간 이효석 문학의 서구 지향성을 연구자들은 이국취미(exoticism)라는 용어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엑조티시즘이란 원래 서구에서 자신들 문화의 중심성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서구 외부의 문화에 대한 차이와 다양성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즉 그 용어는 중심인 서구 문화와 다른 외부의 문화, 타자의 문화를 강조하는 용어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효석 문학에서 보이는 서구 지향성과는 그 의미가 명백히 다르다. 이효석의 서구 지향성이란 서구와 자신의 차이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서구와 상상적으로 동일시하는 가운데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효석은 서구라는 큰타자와의 상상계적인 동일시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자아의 상을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서구와의 상상계적 동일시를 통한 현실인식이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흐릿한 시선’ 즉 센티멘털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며, 이때 외적 현실 자체는 전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한다. 이효석에게 있어 센티멘털리즘이 사라진 세계란 ‘산문’으로 인식되는 것이며 그 상반항에 놓인 것이 이야기와 꿈으로서의 문학이다. 이러한 이효석의 문학은 우리의 식민지 상황을 고향상실감, 즉 모성적인 세계의 결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데서 문학사 속에 특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근대문학에서 이광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작가들이 식민지 상황을 부성적 세계의 결핍, 즉 국가 상실적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해 이효석은 식민지 상황을 고향 상실감으로 바라보고, 서구를 상상적인 모성의 대체로 받아들이기에 특징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