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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한국근대문학 형성과정(1910년대 후반에서 20년대 초반)에 있어 하나의 특징적 현상으로서 ‘병리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한국근대문학은 문학의 ‘근대’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있어 주로 고독하면서도 내면적인 주체를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위해 근대문학이 자주 사용한 것은 병리적 상태다. 조직병리학의 측면에서는 ‘결핵’이, 정신병리학의 측면에서는 ‘신경증’이 대표적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내면을 갖고 고독을 느끼는 ‘근대’적인 문학 주체는 대부분 병리적인 상태에서만 탄생한다. 참혹한 질병인 결핵이 낭만화되면서 고독하고 섬세한 주체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자주 사용되었다면, 신경쇠약과 히스테리 같은 신경증은 그 뒤틀리고 파괴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더욱 근대적인 주체의 표지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광수 초기소설을 비롯해 창조의 소설들, 그리고 나도향의 소설들을 통해 한국근대문학이 형성되어가던 과정에서 드러난 병리적 양태의 다양한 면모를 추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