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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테와 에두아르트의 재혼은 두 사람 모두 초혼 때의 이루어지지 못한 결합을 현재화한 것이다. 이러한 복원과정에 과거의 기억이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젊은 시절의 열정이라는 환영의 현실화일 뿐이다. 에두아르트와 공유하는 과거를 고수하려는 샬롯테에 반해서 에두아르트는 제 삼자를 불러들여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려한다. 마침내 샬롯테의 망설임 끝에 오틸리에까지 개입됨으로서 사랑의 사중주는 완벽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 정점을 지난 회상의 세계는 이제 새로운 질서에 의하여 운명적 변화를 맞게 된다. 즉 이 신혼부부의 인간적 관계가 신탁의 유희에 노출되는 계기가 된다. 도덕적 의무로서의 사랑과 숙명적 사랑이란 배치되는 사랑의 방정식에 네 사람이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점진적이면서도 돌발적인 ‘친화력’이 태동하는 것이다. 우연으로 가장한 운명의 손길들이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를 어우르며 두 사람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다. 인간세계의 윤리적 규범이 두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샬롯테는 오틸리에와 에두아르트의 운명적 사랑을 체념으로 인지하게 된다. 혼인의 신성함과 순결은 이제 논의의 대상을 벗어난 것이다. 초자연적인 마성에 이끌렸던 오틸리에는 그러나 오토를 통해 드러난 죄과를 대속할 속죄의 제물로 스스로를 신성의 제단에 바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