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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대상으로, 초점화자의 특성과 서술자의 개입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대부분 인물을 중심으로 한 과거 사건의 회상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과거에 사건을 경험했던 어린이와 성인이 된 후 과거의 사건을 진술하는 서술자는 서로 구별된다. 이들은 어린이와 어른, 사건 경험의 당사자와 사건으로부터 시간적 거리를 확보한 성인, 그리고 진행되는 스토리 속의 인물과 스토리를 서술하는 서술자라는 차이점이 있다. 어린이 초점화자를 통한 서술은, 어린이 특유의 지각 범위와 사고 방식을 통해, 성인을 초점화자로 설정했을 때와는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전달하고 해석한다. 특유의 순진함과 정서적 친밀감이라는 판단 기준으로 인물을 지각하는 어린 ‘나’를 초점화자로 활용한 진술들은, 성인들의 고정된 시각으로는 간과하기 쉬운 인물들의 긍정적인 면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또한 가족적 공동체의 질서를 체화한 어린이 초점화자는 자신의 내재적 기준에 의해 대상을 파악함으로써 이들을 조화로운 공동체의 질서 안으로 포용한다. 이처럼 어린이 초점화자의 활용은 ≪관촌수필≫이 과거의 모습을 정서적 유대감이 충만한 세계로 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한편, 성인인 서술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진술은, 성인의 판단 능력을 통해 어린 아이로서는 알 수 없었던 과거의 모순을 비판함으로써, 작품이 무조건적인 복고 지향적 향수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과거의 미덕과 대비되는 당대의 세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근대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서술자 ‘나’는 과거의 사건을 진술하면서 이와는 대조되는 세태를 비판한다. 이는 ≪관촌수필≫에서 형상화하는 과거의 미덕이 현재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장치이다. ≪관촌수필≫이 담고 있는 것은 양심과 도덕 같은 개인적 삶의 원칙이 곧 사회적 관계의 질서가 되는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며 지향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서 과거에 대한 지향이 단순한 회귀나 복원이 아니라 현실 비판의 기능을 가진다는 점이다. 어린이 초점화자의 설정과 서술자의 비판적 개입이라는 장치는, ≪관촌수필≫이 현재에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과거의 미덕을 형상화하는 한편, 현실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A Study on the narrator and the focalizer of Kwanchonswu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