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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혼분식 장려운동’의 성격과 그 추진 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박정희 정부의 국가동원체제의 한 측면을 밝히고, 이 운동의 효과를 식생활의 서구화와 연관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국가가 어떠한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시민의 일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식생활에 개입하려고 했고, 또 개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했다. ‘혼분식 장려운동’은 내용상 ‘혼식 장려’와 ‘분식 장려’라는 두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분식 장려’는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로 값싼 밀가루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우리 사회의 식량 소비의 패턴을 바꾸고자 한 국가동원정책이었다. ‘혼식 장려’의 효과와 ‘분식 장려’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혼식 장려’의 영향은 일시적이었던 것에 비해 ‘분식 장려’의 영향은 훨씬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것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의 전통적 식생활에서 주식이 되는 주요 소비 곡물이 ‘쌀+보리’에서 ‘쌀+밀’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 식생활 ‘서구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