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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기존의 사회과학과 사회사 연구를 지배하던 ‘유럽의 기적’과 ‘중국의 정체’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새로운 세대의 중국사 및 거시사 연구자들은 두 개의 역사적 경험을 대칭적으로 비교하는 ‘서양의 성장’과 ‘동양의 정체’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서구나 동아시아의 선진적 지역은 경제발전이나 산업 성장의 측면에서 비슷한 수준의 발전을 보인 바 있다. 빈 웡과 케네쓰 포머란츠는 명청대의 국가가 근대 초기 유럽 국가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바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적 특색에서 유럽의 경험을 반추’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비교하여 기존의 ‘기적/정체’ 패러다임의 비대칭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분석과 접근법은 중국과 유럽의 발전 경험, 국민과 국가 형성, 국가의 기능에 대한 기존의 전제를 해체하여 모듈화되어 있는 역사발전의 패턴을 파악하고자 한다. 포머란츠에 따르면 19세기 유럽 경제가 중국 등 아시아를 능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기적론자들이 주장하는 유럽 내재적인 요인들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목재를 대체한 석탄이란 새로운 동력원이 산업입지 가까운 곳에 존재했고, 미주를 강압적 방식으로 통제하여 무역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주장은 유럽의 기적이 ‘자생적으로’ 발생했다는 기존의 논리를 부정한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더 나아가 은의 세계 유통을 분석하고, 19세기 이전에는 중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이런 거시역사적 비교는 유럽과 중국의 역사와 사회변동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