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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事記․日本書紀神話는 신에 대한 경계인식을 천신과 국신으로 나누어서 이원화한 다음, 천신의 세계는 야마토(大和)의 천공에 있는 천상계인 「다카마가하라(高天原)」로서 표상화하고, 국신의 세계는 야마토의 서북에 있는 出雲를 대표로 하는 지상의 「아시하라노나카츠쿠니(葦原中国)」로 표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산천초목이 전부 말을 하고 거친 신들이 날뛰는 소란스럽고 혼란한 세계인 「아시하라노나카츠쿠니」는 천손강림을 전후로 하여 농경에 적합한 풍요로운 대지를 표상화한 「도요아시하라노미즈호노쿠니(豊葦原水穂国)」로서 차별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古事記神話에 있어서는 천손이 강림한 휴가(日向)를 지칭하여 이곳은 가라쿠니(韓国)를 향해있고 아침저녁으로 볕이 잘 드는 좋은 곳이라 하고 있는데 반하여, 日本書紀神話에 있어서는 메마른 불모의 땅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것은 천황의 王化가 미치지 않은 땅이면 그것이 일본국내이든 한반도이든 메마른 불모의 땅으로 인식한 야마토 중심의 발상이다. 이와 같은 야마토(大和) 중심의 발상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진무(神武)天皇의 東遷 전승이다. 이른바 神代의 니니기노미코토에서 人皇代의 神武天皇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연속선상에서 보자면 神武天皇의 東遷 전승은 「아마츠히츠기(天津日継:천신의 계승자)」인 神武天皇가 大和의 중심에 해당하는 우네비(畝傍)山의 가시하라(橿原)宮에 즉위한 이후 대대로 다스려왔다는 天命의 의한 통치사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大和의 橿原宮을 「천하의 중심(六合之中心)」으로 간주하는 인식과 공통되는 경계인식을 표현한 말이 「히나(鄙)」라는 万葉語이다. 히나(鄙)라는 표현은 천황이 도읍을 정한 大和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이라는 뜻으로 천황의 王化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大和朝廷의 聖地 관념에 근거해서 大和와 他界(異界)를 경계짓는 표현이 「아오가키(青垣: 푸른 산이 울타리처럼 에워싼 곳)」이다. 이러한 神代의 야마토 조정의 타자인식은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되어, 人皇代에 들어가면 일본을 神国視하고 신라를 蕃国視하는 역사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야마토 조정의 타자인식과 관계없이, 신라와 일본은 중국왕조의 천자를 중심으로 한 천하에 같이 속해 있었다. 따라서 神武天皇의 東遷伝承과 神功皇后의 신라정벌전승은 ‘중국의 西天子’와 ‘신라의 西王’과는 다른, ‘神国日本의 東天皇’이라는 역사관을 신화적으로 보증 받으려고 한 것으로 후대의 정치적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