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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인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특성이나 행위나 상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본고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 특히 언행에 초점을 맞춰 그의 리더십을 살펴보았다. 그리하여 반대파에서 정제되지 않은 직설 어법, 즉흥적 구상의 공표, 지나친 임전 태세라고 비판하는 요소들을 각각 처세용 겸손보다는 정직을 중요시하는 태도, 실험정신과 개방적 사고, 원칙주의의 고수라고 볼 수도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이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서술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할 것이냐는 문제는 전형적으로 현재 한국 정치의 정파 분열이라는 차원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학문적인 탐구의 대상이기보다는 정치적 신조의 표명에 해당하는 일이 된다. 다만 노무현이 연고나 관행과 같은 전통적 요소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오크쇼트가 교과서 정치라는 표현으로 지적한 계몽주의의 폐단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과서식 정치의식의 폐단은 한국 사회의 식자층 사이에 팽배하지만, 노무현은 소수파로서 집권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문제들이 현저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집권기는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다원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특히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의식이 적실성 있는 목표와 전략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과제를 던져준 시기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