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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어인가, 아니면 지배도구로서의 언어인가?- 영어의 두 얼굴이 갖는 함의 -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영어의 위상 문제나 영어구사능력을 취득하려는 열기는 단순한 사회교육차원의 토론거리를 넘어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영어 구사력을 갖춘 인력을 우선시하는 경제발전 목표 때문이다. 본 논문은 언어생태학적 패러다임(Tsuda 1997, Skuttnabb-Kangas 2000, Skuttnabb- Kangas and Phillipson 2001)과 세계 영어 [World Englishes] (Kachru 1985, 1986, 1988, 1992 [1982])의 준거틀을 토대로 한다. 언어생태학적 패러다임은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모든 화자(話者)들의 평등과 함께 언어문화적 다양성을 지지한다. 세계 영어 이론은 현지화된 다양한 변종 영어를 인정하는 한편 영어 사용 규범의 유일한 결정권자로서의 영어원어민의 역할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배경에서 본 논문은 우선 영어 사용을 ‘현지화’함으로써 대다수 한국인 영어학습자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치․심리학적 측면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다 폭넓은 계층의 영어구사력 향상을 이루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표준적으로 통용되는 이해가능성을 희생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인들 스스로 사용하는 영어에 대한 ‘주인의식’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영어교습 모델과 내용 모두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본 논문에서 몇 가지 대안 샘플을 제공할 것이다. 두번째로 본 논문은 일본이나 유럽처럼 영어를 도구로 한 피식민경험을 갖지 않은 다른 국가들의 언어정책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은 영어를 공식언어로 공표하는 문제에 대한 공론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본 논문은 언어학자, 정책결정권자 및 언론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과 유사한 입장에 있는 국가들의 언어정책 및 언어사용발전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대중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토론이 이루어지게 하는데 기여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