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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1897-1963) 초기소설은 작가 자신의 당대 사회 관찰과 자아 성찰의 체험적 기록이다. 초기 삼부작『표본실의 청개구리』,『암야』,『제야』와 한국 최초의 중편 소설이자 염상섭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만세전』은 지식인 소설의 이야기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염상섭의 초기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당대 지식인의 전형이다. 이들은 동시대성을 확보하면서 전통과 풍습에 지배되는 모순된 현실을 이성적 논리로 냉철히 관찰 비판함과 동시에 근대적 가치를 지향하였다. 당대 조선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자각한 이들은 전통 사회와 식민지 사회에 논리로 대응코자 했다. 이들의 논리는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서구 근대 시민사회의 가치관에 근거한 세계관이었다. 따라서 모순된 전통사회와 식민지 사회의 갈등에 저하적으로 맞서는 것은 저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당위였는지도 모른다. 더욱 식민지 시대를 민족의 수난기로 인식한 염상섭은 이에 논리적으로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차적으로 논리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념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