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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일관계는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에서 비롯하는 ‘역사적 적개심(historical animosity)’으로 인해 일반적인 국가관계와는 달리 매우 특이한 행태를 보이므로, 어떠한 국제정치이론으로도 양국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으로 본다. 한일관계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이처럼 역사인식 차이 혹은 역사적 잔재의 부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역사파(다수파)”와 최근 미-한-일 삼각관계를 포함하는 주변국과의 역학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빅터 차(Victor Cha)로 대변되는“현실주의파(소수파)”로 양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양분화현상 자체가 연구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역사적 적개심’은 단순히 비이성적인 감정의 표출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무정부상태의 국제정치현실에서 살아남으려는 국가의 현실주의적 고려(Realpolitik)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따라서, 기계적이고 분절적인 현실주의(discrete Realism) 시각에서 한일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론적-경험적으로 좀 더 철저한 근거에 기초하여 분석하려면, “역사파”와“현실주의파”가 서로 양립 불가능한 시각이라고 가정해버리기보다는 발전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신중한 현실주의(discreet Realism) 시각을 견지하고, 한일관계의 변화와 지속성을‘사이클이 있는 화살과 같은 시간(time’s arrow with time’s cycle)’이라는 역사적 시각에서 해석할 때에 비로소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전후 한일관계는‘되풀이되는 단기적 협력/ 갈등 속의 장기적 협력의 진전(long-term progress in cooperation despite ups-and-downs in short-term relationship)’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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