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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설 『부벽루』로부터 시작해 『무정』, 「생명의 봄」, 「눈을 겨우 뜰 때」 같은 소설에 나타난 자아 각성의 장면에는 거의 항상 대동강 주변의 수려한 풍광이 등장하고, 더 중요하게는 안창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나 표상이 재생산되어 나타난다. 즉 자연, 청년, 창가를 중심으로 형상화된 근대적 자아 각성은 해당 텍스트가 결국 안창호 혹은 그가 대표하는 서북계 청년지식인 그룹을 암암리에 특권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행적인 자본주의화의 진통을 겪는 평양의 일면에 대해 둘 다 비판적인 태도를 지녔다 하더라도, 김동인이 동정어린 시선으로 극진하게 묘사했던 대동강의 각종 연회나 기생의 환락적 삶에 대한 전영택의 입장은 전형적인 기독교인의 그것이었다. 이들과 더불어 평양을 대표하는 시인 주요한의 경우에는 김동인이나 전영택이 탐탁지 않게 여겼던 상공업도시로서의 평양 이미지에 대해 오히려 관대한 편이었다. 이렇듯 조선 유일의 상공업도시, 전통적인 미의 세계, 기독교성지 등으로 파열된 근대 평양 표상을 하나의 기원을 지닌 통일된 내러티브로 환원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1910년대 후반기 대동강을 중심으로 한 안창호의 영웅적 이미지였다. 즉, 서북 출신 작가들의 평양 표상에 나타난 대동강은 자연, 청년, 창가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장소이며, 좀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서북계 엘리트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함양하는 데 긴요한 원형적 공간에 해당한다. 애국계몽기의 청년학우회부터 1930년대 동우회에 이르기까지 안창호의 이념적 자장 안에서 활동했던 청년 지식인들의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안창호에게 헌정된 다수의 회고록, 전기, 어록 등의 문헌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서북계 청년지식인들에게 안창호가 지녔던 주체성의 핵심이 얼마나 신성시되거나 특권화되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This paper is written to discuss the narrative of modern self in from The Bubyeokru to The Heartless. These novels contained the wonderful landscapes including Daedong River in Pyeongyang and most of all the image of An Chang-ho. It means that these narratives had given An Chang-ho and his apostles the solid identity. The image of An Chang-jo as a hero of the independence movement contributed to the consolidation of Pyeongyang divided in three images that is the holy place in Korean Christianity, the only city of commerce and industry in Korea and the region pursuing traditional beauty. It was Daedong River and An Chcang-ho that had sutured the regional identity which is ruptured in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