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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지적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심은 건립자의 활동이나 이를 통한 백제의 정치적 상황 복원에 주로 집중되어 왔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비문에 담긴 비문 작자의 사상적 경향을 유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의미상 엄정한 대구를 이루고 있는 문장의 구조를 바탕으로, 비문 결락부분의 내용에 대한 추정 복원을 시도했다. 그 결과 끝부분이 결락된 현존 비문의 마지막 문장 뒤쪽 두 글자(결락된 제 5행의 처음 두 글자)는 ‘迎霓’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복원된 이 두 글자를 모두로 하여 전개될 결락부의 주된 내용은 ‘佛恩에 의탁한다’ 이거나 ‘극락왕생을 바란다’ 는 내용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발원일 것으로 보았다. 이는 계율적이거나 이타적 동기와는 거리가 있는 지극히 소승적인 발원이 된다. 이러한 소승불교적인 사유는 백제불교가 大乘의 戒經인 『涅槃經』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이해되어온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것이다. 사택지적비의 비문에 반영된 이러한 소승불교적 경향은 성왕대 겸익이 인도로부터 직접 가지고 온『律部』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