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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원은 자연과학인 진화론과 신학의 공통 관심사다. 일반적 으로 자연과학과 신학의 관계는 대립과 분리와 대화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 글은 자연과학과 신학의 적절한 관계로 분리에 바탕을 둔 대화를 전제하고, 인간의 진화론적 기원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려 고 한다. 이를 위해서, 이 글은 먼저 관련 교황 문헌을 중심으로 인간 의 진화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견해를 살펴보고, 이를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서 평가할 것이다. 둘째, 인간의 진화에 관한 교회의 견해의 함 의와 문제점들을 사목적, 인간학적, 생태적, 신학적 측면에서 검토할 것이다. 셋째, 인간의 진화에 대한 칼 라너(Karl Rahner)의 신학적 견해 를 능동적 자기 초월의 관념을 중심으로 살펴본 후, 과학과 신학의 관 계에서 평가하고, 이 견해가 교회의 견해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어떻 게 보완해 줄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기존의 교황 문헌과 라너의 접근 방식의 골자는 하느님의 영혼 창조 방식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 하는가의 문제이며, 이는 결국 하느님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세상 안에 서 활동하는 방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진화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통해서, 하느님은 사랑으로 창조한 세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전 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언제나 현존하며 활동한다는 점이 부각될 것이 다. 또한 이 성찰은 창조주 하느님과 인간과 세상의 관계, 특히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고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연과학이 알려주는 지구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하느님 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 중에서 진화와 같은 과학 이론이나 발견은 현상적으로그리스도교 신앙에 부합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물의 창 조주 하느님이 진리와 모든 자연 질서의 원천이라면, 그리스도교가 자 연과학의 성과를 무시하거나 대면하길 두려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 은 자연과학과 신앙의 영역을 제대로 구별하여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 면서 대화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이 대화에는 어려움이 따 르고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보 여주듯이, 신학과 과학의 올바르고 진지한 대화는 그리스도교의 자기 이해를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