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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엄혹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서구적 근대의 발 빠른 도입이 생존의 급선무라고 여겨졌던 근대 초기 일본 사회에서 나츠메 소세키는 서구적 근대의 일방적 수용이 갖는 문제점들을 가장 예리하게 자각하고 있던 문학가였다. 그가 느꼈던 불안은 어린 시절 한문학(漢文學)으로 상징되는 구세계와 영문학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는 현실 인식, 그리고 근대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적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엄습하는 그림자들에 대한 응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기 그가 표방했던 비인정(非人情)의 태도, 그리고 그 소산으로서의 글쓰기인 ‘사생문’(寫生文)이라는 장르는 그러한 위기 상황에서 예민한 지식인이 취했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근대소설이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나가는 주체를 탐색하고 이를 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했을 때, 작가 소세키는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三四郞』, 『それから』,『門』으로 이어지는 초기 작품들은 자신의 분신처럼 보이는 메이지의 주체들이 근대 세계를 헤쳐 나가는 악전고투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소세키가 삼부작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대표적인 테마는 ‘사랑’이었다. 하나의 코드로서 낭만주의적 사랑은 기존 사회의 벽을 허무는 강력한 열정으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세키에게 사랑은 근대 일본사회의 주체들이 근대적 자아로 거듭나기 위해 겪어야 할 시련이자 과제였다. 물론 집필 순으로 본다면, 사랑을 선택한『門』의 주인공의 비참한 운명에서 보이듯, 소세키는 구사회의 관습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강력한 근대적 자아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비록 실패했더라도 자연의 이름으로 자신의 사랑을 선언한 『それから』의 주인공의 선택, 즉 회심(回心)이 그 빛을 잃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만년에 도달했던 ‘자기본위’(自己本位)의 사상은 바로 근대 일본 사회라는 허약한 토대 위에 근대적 개인이라는 주체를 세우고자 했던 소세키가 악전고투하며 도달해낸 하나의 길이었다.


In the backdrop of early modern thinkers in Japan, who subscribed to the conviction that rapid modernization would be indispensable to dealing with Western colonial powers encroaching Asia, Natsume Soseki was a literary writer who acutely noticed drawbacks associated with blind embracement of Western-style modernization. His apprehension about indiscriminate acceptance of Western influence can be traced to the perception of being caught between Old Chinese classics he grew up with and new literature exemplified by English literature. Also, the apprehension was fueled by Soseki’s gaze at the shadows that chronically seized his consciousness when he attempted to compose a new style of literary work, namely, Japanese modern fiction. A genre of Shaseibun of his creation can be said to be a defense mechanism that the sensitive writer had to adopt in the most difficult time of rapid change. However, his early works, <Sanshiro>, <Sorekara> and <Mon>, also reflect the desperate struggle that his alter ego fought in the changed world of Meiji era. The major theme that runs through Soseki’s early triology was romantic love, which was imbued with ardent power against the conventionality of the traditional Japanese society. In the triology, romantic love was the task protagonists had to undergo in order to transform into the modern self. Ultimately, Soseki failed in creating a potent modern self that wins his romantic love against the old convention, and this is revealed by the protagonist’s tragic fate in <Mon>. However, despite the ultimate failure in winning love, the protagonist in <Sorekara> proudly declared his romantic love in the name of nature. In my view, Soseki’s early triology made an inroad to his latter day’s the thought of self-centeredness[自己本位], which captures his life-long effort to erect the subject of the modern individual.


西勢東漸の厳酷の時代的状況の下で、西欧的近代の迅速な導入が生存の急務と思われた近代初期日本社会において、夏目漱石は西欧的近代の一方的受容が持つ問題点を最も鋭く自覚していた文学家であった。彼が感じた不安は、幼年時代学んだ「漢文学」の世界である「旧世界」と英文学に象徴される新しい世界の狭間に挟んでいるという現実認識、そして近代小説という新しい文学的創作をする過程で絶えずに襲われる影に対する凝視から始まったのである。創作の初期、漱石が標榜した「非人情」の態度、そしてその所産としての「写生文」というジャンルは、このような危機の状況で鋭敏な知識人が取った防衛規制であったかもしれない。しかし、東アジアの中で「近代小説」という装置が新しい世界を生きる主体を探索し、これを形象化する作業であるというなら、作家としての漱石は新しい転換を模索し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であろう。『三四郎』、『それから』、『門』に繋がる初期作は自分の分身のように見える明治の主体が近代世界を乗り越える悪戦苦闘の痕跡を記録した作品である。 特に、漱石が三部作を通じて、描こうとした中心テーマは、「愛」であった。一つのコードとしてのロマン的な愛は既成社会の壁を取り壊す強力な熱情としての力を持っているという点で、愛は漱石において近代日本社会の主体が近代的自我に生まれ変わるためになめる試練であり、課題であった。無論、執筆の順から見ると、愛を選択した『門』の主人公の悲惨な運命からわかるように、漱石は旧社会の慣習と対決しながら自分の愛を戦い取ることに失敗したかもしれない。しかし、たとえ失敗したとしても、自然の名で自分の愛を宣言した『それから』の主人公の選択、すなわち「回心」の重要性が色褪せるのではない。晩年、漱石が到達した「自己本位」の思想は、近代日本社会の虚弱な土台の上に近代的個人という主体を立てようとした漱石が悪戦苦闘しながら作り上げた、一つの道であっ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