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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출범 초기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는 25개국이 경제적으로는 역내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고, 정치적 통합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런 통합 성공의 바탕에는 회원국들의 조약의무 준수를 담보하는 이행강제 제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원국들의 의무는 EC 조약 및 조약을 근거로 한 제이차적 법원에 기인하는 데 제일 중요한 의무는 공동체 법 체제의 국내 입법화, 그 중에서도 지령(Directives)의 국내법 편입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기한 내에 이 국내 입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 입법을 하여 당초 목적했던 효력을 발생시키는 데 실패하면 집행위원회는 당사국을 유럽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조약상의 강제이행 절차와 관련하여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은 조약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집행위원회다. 집행위원회뿐만 아니라 회원국들도 다른 위반 회원국을 상대로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 제소할 수도 있다. 한편 유럽재판소는 조약이나 이차적 법률의 문구 해석에 매달리지 않고 합목적적인 해석을 통해 ‘직접효 이론’과 ‘국가 책임이론’의 판결을 만들어 내 개인 역시 회원국들의 공동체 법률위반 행위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길을 넓혀 왔다. 이런 사법적극주의로 인해 공동체의 조약이나 이에 부속된 법률들은 통상적인 국제조약과는 전혀 다른 유럽공동체만의 내재적인 독특한 법률체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다. 자국 내에서의 사법구제 요청은 회원국의 법원 역시 자국의 이해관계에 앞서 공동체의 기준에 따른 조약의 수호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EC 조약과 유럽재판소는 위반국가에 대한 직접 제소의 규정 외에도 회원국의 의무이행 강제를 위해 잠정처분, 벌금제도, 전심절차 등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두고 있다. 특히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새로 도입된 벌금부과 제도는 강제징수의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회원국들에 심리적 강제수단으로서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경우 이 새로운 제국의 흐름 속에서 남한과 북한이 정치적 통합 이전에 경제 협력 단계에서 통합으로 나아갈 때 취할 수 있는 입법, 행정 및 사법의 역할에 관한 화두(話頭)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