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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법(medical law)의 영역에서는「사전동의(informed consent)」라는 요괴가 배회하고 있다. 그 존재는 모두에게 알려져 있으며 그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의료관계자들은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몸을 움츠리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이것은 아마 다른나라에서도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사전동의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연구자들의 견해도 일치하지 않으며, 그 실체 또한 반드시 명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본고에서는 이 거대한 문제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검토하지는 아니하고 크게 두 가지 흐름에 기초하여 최근 일본의 판례와 입법의 동향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 문제의 한 측면에 대하여 조명하였다. 우선 최근의 판례는 고객(환자)과의 커뮤니케이션 정도에 따라 의사의 책임내용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 설명의무는 일률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게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사에게는 고객(환자)의 의도를 적절하게 파악하기 위한 이해력, 나아가 말하자면 상상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의 입법은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에게 본인의 인격적 법익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환자(가족)의 의도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고객(가족)을 보조ㆍ보완하는 제3자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종적으로는 고객(가족)에게 결정을 맡긴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숙려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