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은 지난 반세기에 걸친 성장 끝에 오늘날 국내 경제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초국적기업으로 부상하였다. 재벌은 그 역사적 기원을 일제 식민지 시기나 해방 직후에서 찾기도 하지만, 주요하게는 1970년대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된 시기의 산물로 볼 수 있으며, 당시 국가의 경제개발 하위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한 데서 기본적인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국가와 재벌간 관계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여 1990년까지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대중적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재벌은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재벌은 국가와 동등하거나 심지어는 국가기구를 좌우할 수 있는 지배적 행위자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재벌의 성장과정에는 국민들의 희생과 다양한 비용 지불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으며, 재벌은 이를 인정하고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오히려 정경유착, 경제적 지대의 착취와 부의 집중, 노동배제, 그리고 전방위적인 사회적 지배를 더 거침없는 형태로 지속해오며, 여기서 비롯된 ‘무책임의 경제’와 문제들을 우리 사회에서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와 이후 전개된 신자유주의화, 그리고 여기서 비롯되거나 강화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재벌개혁은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Today chaebols, Korea’s industrial conglomerates, have grown to be not only domestic players, but also global ones in business over the past half-decade. Some find the origins of chaebols in the colonial or early post-liberation period, but chaebols began to take basic forms with the implementation of the heavy and chemical industrialization (HCI) drive during the 1970s, being a junior partner of the developmental stat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tate and chaebols began to change from the 1980s, and the Korean people have heard phrases like the “chaebol republic” or the “Samsung republic” since the 1990s. This means that nowadays chaebols have a huge influence not only in the economy but also in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affairs. Today, chaebols are considered to be an equal player or even a dominant one vis-a-vis the state. However, although the growth of the chaebols has been aided by the Korean people in many ways, they neither recognize this nor take any responsibility for it. The results are a deepening of socio-economic problems related with the “economy of irresponsibility,” such as cronyism, economic rent-seeking, wealth concentration, labor exclusion, and the chaebols’ dominance in society. Problems associated with the neo-liberal transformation of the Korean economy since the 1997 crisis have also been caused or exacerbated by the chaebols’ increasing influence and dominance, which necessitates their reform in today’s Korea.

chaebol, economy of irresponsibility, cronyism, developmental state, neoliber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