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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攀攀한국의 내셔널리즘은 뚜렷한 공동체적 의장도 없이 대타적 민족 개념의 강조로 형성되어 왔다. 옥시덴탈리즘과 내셔널리즘은 재일 한민족 문학에 계승 발전되고 있다. 재일 한민족이 일본의 전후 내셔널리즘 형성 과정에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는 것은 역으로 재일 한민족 문학 속에서 한국 민족주의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타민족의 영토에 잔류했기 때문에 일본 민족의 단합을 위한 ‘타인’으로서 설정되어 박해를 받았다는 점과, 문학 언어 국적의 문제 등 복잡함이 더해진 상황이다. 재일 한민족 1세인 김달수와 김석범의 작품 속에 민족의식의 원형적 공간인 조선이 공간 배경으로 나타나고, 억압자인 일본인에 대한 저항과 거부라는 민족성과 일본에 대한 갈등이 표출된다. 그러나 재일 한민족 2세대는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겪으면서 ‘조센징’ 또는 ‘경계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절반의 한국인 절반의 일본인으로서 정체성 혼란으로 나타난다.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선택해 일본의 차별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기도 하고,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해 철저히 일본인이 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미워하는 대상을 닮고자 하는 식민지인의 습성이 재일 한민족 2세인 양석일, 이회성, 김창생, 현월의 문학에 나타난다. 1, 2세대 문학 속에서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민족 개념은 3세대 문학에서 현실을 중시한 개인 문제로 변화한다. 이들의 문학에서는 ‘조국’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외되며, 현재 일본 사회에서 받는 차별로 인해 고뇌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보편성 문제를 드러낸다. 재일 3세대 문학은 개개인의 내면적 자아에 호소하는 방식으로써 주체적인 제 3의 위치를 생성한다고 하겠다. 제 3의 위치란 특수한 ‘재일’의 상황과 민족의식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재일 한민족의 의식을 찾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