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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시작된 형사재판의 誤判사례에 대한 분석 결과, 대체로 목격증인(eyewitness)에 의한 잘못된 범인식별(identification)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서구 심리학계에서 목격증인에 의한 범인식별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는 變因들에 대하여 실험을 통하여 연구한 결과, 처음 인식단계에서부터 나중에 이를 회상하여 수사기관에 전달할 때까지 사이에 주체적, 객체적, 상황적 그리고 시스템적 변인들로 인하여 증인이 의도하지 않은 사이에도 오류에 빠질 위험이 의외로 크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범인식별절차와 관련하여 용의자 1인만을 제시하는 쇼업(showup)방식은 목격증인으로 하여금 경찰이 그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믿고 있음을 암시하는(suggestive) 효과가 있고, 용의자를 여러 들러리(foil)들과 함께 제시하는 라인업(lineup)방식도 용의자가 두드러져 보인다면 마찬가지로 암시적이다. 나아가 라인업 구성원들을 同時에 제시하는 경우 증인은 범인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기억 속의 범인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편, 목격증인의 범인식별에 대한 확신도와 범인식별의 정확도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별 상관관계가 없음도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법심리학적 연구성과들이 처음 반영된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가, 1967년 기소 후의 라인업에서 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범인식별증거는 수정헌법 제6조를 침해하여 증거로 허용될 수 없다는 Wade, Gilbert, Stovall 판결이다. 연방대법원은 1969년 Foster v. California 사건에서 범인식별절차가 불필요하게 암시적이어서 범인식별에 오류가 있을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도 선고하였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2001년에 목격증인에 의한 범인식별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인식하에 쇼업에 의한 범인식별진술의 증거가치를 부정한 바 있고, 2004년에는 목격증인에 의한 범인식별증거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라인업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구체적인 라인업의 절차도 제시하였다. 이에 경찰청에서도 2005년 수사매뉴얼에 범인식별절차 중 특히 라인업에 관한 지침을 포함시켰으나, 인적·물적 시설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일선에서는 아직까지도 범인식별절차가 대부분 용의자 1명만을 제시하는 쇼업에 의하여 실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도 범인식별절차가 원칙적으로 실물(live)라인업이든 아니면 사진배열(photo spread, photo array, photo lineup)이든 라인업과 같은 복수대면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하고, 단독대면 방식인 쇼업은 라인업을 실시할 수 없는 긴급하거나 기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라인업이나 쇼업 모두 그 암시성을 배제하기 위한 상세한 절차적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영국에서와 같이 입법에 의하는 것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상세하고도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라인업에서 일단 한 번 범인으로 지목되고 나면 이를 효과적으로 탄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라인업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도 명시적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법원에서도 라인업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거나 라인업의 구성이나 실행이 매우 암시적이어서 잘못된 범인식별의 실질적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그 증거가치를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범인식별절차가 라인업에 의하여 행해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