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우리나라에서 신탁이라고 하면 명의신탁과 신탁법상의 신탁이 거론된다. 신탁법상의 신탁은 영미법에서 발전된 제도이기 때문에 대륙법을 계수한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 낯선 것이었으나, 최근 금융, 부동산, 연금 등 여러 분야에서 재산관리 및 증식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탁업법과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을 통합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2009년 시행되어 투자대상자산을 포지티브방식에서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신탁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신탁법상의 신탁은 설정, 운용, 종료 등 각 단계별로 각종 과세문제가 뒤따르므로 신탁제도의 발전과 정착을 위하여는 제도 자체의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의 정비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신탁과세에 관하여는 전통적으로 신탁을 수익자에게 소득을 연결시켜주는 도관으로 보는 신탁도관설과 신탁을 실체가 있는 납세주체로 보는 신탁실체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납세의무의 주체, 신탁소득의 구분, 신탁소득의 귀속시기, 원천징수 등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신탁과세는 소득과세는 물론 보유세, 거래세 등에서 전반적으로 신탁도관설이 지배하고 있고, 위탁자가 불특정다수인 투자신탁에 관하여 부분적으로 신탁실체설의 입장이 가미되어 있다. 그런데 2008. 12. 26. 투자신탁재산을 법인으로 보아 채권이자소득에 관한 원천징수를 규정하던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2항의 개정으로 위 원천징수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신탁도관설의 입장이 한결 강화되었다. 이러한 신탁과세의 정비와 관련하여 신탁과세를 합리화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나라의 신탁소득 과세는 신탁을 투자신탁과 투자신탁 이외의 신탁으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으나 관련조항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어 체계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신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여 세법상 신탁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 취급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체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투자신탁에 관한 한 신탁도관설은 과세이연의 문제점이 있고, 신탁실체설 중 신탁재산설은 개인과 법인을 권리의무의 주체로 하는 법체계와 충돌하므로 그 대안으로 최소한 투자신탁에 관하여는 신탁실체설 중 수탁자설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행 세법과 같이 신탁도관설을 견지한다면 신탁소득을 그 원천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배당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으므로 신탁소득을 원천별로 구분하여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넷째, 부가가치세의 경우 투자자에 불과한 수익자를 사업자라고 하여 납세의무의 주체로 삼는 것은 거래현실 및 법리에 맞지 않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소득과세와 달리 공부상의 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부가가치세와 보유세 모두 공부상의 소유자로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의 주체인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