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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셰익스피어 희극의 중요한 요소인 노래에 대한 흔치 않은 연구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뜻대로 하세요」에 담긴 노래들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이 논문은 당대 공연 기록이나 자필 원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노래가 지닐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부재의 상황부터 논한다. 이 글은 우선 글로브 극장과 같은 야외극장에서 관객들이 으레 가사를 놓쳐 버리고 그 곡조만 듣게 되는 경향에 대해 밝히고, 악보가 그 어느 곳에도 남아있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노래는 가사를 읽음에도 그 곡조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순간임을 고찰한다. 더 나아가 이 글은 한 곡의 노래가 작품에 기여하는 효과나 분위기를 알기 위해, 부재하는 곡조를 재구성하는 다른 학자들과 연출가들의 실증적인 연구는 물론, 우리에게 남겨진 셰익스피어의 노래에 대한 가장 애초의 기억인 이절판 텍스트 읽기를 시도한다. 이절판 텍스트의 노래 부분은 “노래”라는 소제목과 이탤릭체로 쓰여진 가사로 이미 시각적으로도 일반 대사 부분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는 당시 연극 무대에서 노래가 삽입되던 방식을 아는 실마리가 되는데, 당시에 노랫말은 대본에 일일이 기록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만 따로 제공되었고, 이는 이미 알려진 곡조에 새로운 가사만을 실어 부르던 당시 노래 만들기 풍습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절판으로 인쇄되어 우리가 보게 되는 노래 부분은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가장 극명한 공연 순간(노래)의 기록이며, 이절판 텍스트는 “&c.”라는 표기로 반복되는 후렴구와 강조되어야할 극의 희극적 분위기를 더욱 더 명확하게 제시한다. 「뜻대로 하세요」가 유래된 전원시 장르도 작품 속에 노래를 많이 삽입하였다. 그러나 이 논문은 희극적 효과를 위해 작품 속에 활용되고 있는 노래의 역할에 보다 주목하였다. 이 극에 담긴 음악적 비유들과 악기 소리,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나머지 노래들에 관한 연구를 앞으로 기대하며, 이 글은 애초에 「뜻대로 하세요」를 희극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출발하였음을 다시 한 번 더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