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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레 모음집 『젤트빌라의 사람들』의 제2부를 개막하는 『옷이 날개다』는 1873년에 처음으로 인쇄되어 출간된 작품으로서 고트프리트 켈러가 1860년에서 1870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계 스위스인인 켈러가 민주주의적 자유를 갈망하는,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1848년 독일의 시민혁명을 이미 경험한 후이다. 격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못지않게 급격한 상공업의 발달과 함께 커다란 비약을 맞게 된 독일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독일 시민계급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왔다. 『젤트빌라의 사람들』의 제2부 서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의 발달과 시민사회의 변화는 켈러의 고향인 취리히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옷이 날개다』는 베를린 생활을 청산 한 후 1855년 스위스로 귀향한 켈러의 시민적 윤리관과 세계적 도덕관을 찾아볼 수 있는 노벨레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한 조그만 도시들로 소개되는 젤트빌라와 그리고 젤트빌라의 이웃도시 골다흐는 켈러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당시 스위스 도시 시민들의 사회적, 문화적인 모습과 그들의 상호관계 그리고 정신세계를 읽게 해주는 데 있어서 중요한 성격을 띠게 된다. 스위스의 서민작가로서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켈러는 『옷이 날개다』에서 주인공 쉬트라핀스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전통과 개혁 사이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시민계급의 현실의식을 사실주의적 또는 비판적으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시민계급의 편협한 속물근성과 이로 발생되는 그들의 모순적인 생활양식과 사상이 소시민 쉬트라핀스키가 갑자기 백작으로 둔갑되고 탄로되는 과정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한편, 고전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 의해 가려진 인간의 마음과 진실이 쉬트라핀스키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이러한 켈러의 심오한 관찰은 자연스럽게 시적 사실주의라는 문학으로 나타나고, 『옷이 날개다』는 바로 켈러의 진지함과 해학, 그의 창조적인 환상과 현실적인 감각이 교차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실주의 문학이 단순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거나 경험된 것만의 표현이라는 주장은 켈러의 사실주의적 문학관에는 부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