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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발표된 다니엘 켈만의 소설 『명예』는 정체성과 역할, 허구와 현실 사이의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 역할놀이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한 삶으로 발전되어 가자,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할까 두려워한다. 작품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보여지는가로 타인의 시선에 의존적이다. 이 소설은 이처럼 연극적인 특성을 분명히 보여주는데, 본 논문은 이 점에 착안하여 켈만의 소설과 2012년 이 소설을 영화화한 이자벨 클레펠트의 영화에서 연극적인 특성 및 연출들이 수행하는역할을 밝히고 작품에 나타난 연극성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했다. 소설과 영화 모두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인식과 작품 속 인물들에게 향하는 상대방 또는 관객의 시선을 강조한다. 『명예』에서 인물들이 경험하는 관심은 대부분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들을 향하는 시선들은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매체들이 매개한 시선들이다. 켈만과 클레펠트는 다른 이들의 관심에서 비롯되는 정체성은 깨지기 쉬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탄너나 루빈슈타인 같은 인물들이정체성을 상실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반면, 영화에서는 이들이 현실의 인간상호적인 관계를 위하여,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공적인 인식, 명성을 포기하고 새로운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주면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