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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으로 구성된 페터 쿠어츠에크의 자전적인 기억연대기 『지난 세기』는 독일어권의 현대문학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작품은 이 연대기중 제 5권에 해당하는 『전날 저녁』으로 2011년 발표된 소설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작중화자가 자신의 고향마을 슈타우펜베르크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자리하는데, 화자는 무엇보다 50, 60, 70년대의 발전이 이 지역의 얼굴, 특히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의 구성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점점 가속화되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다. 본 논문은 이 시간인식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에 대한 쿠어츠에크의 개념과 그의 자전적 글쓰기를 위한 토대를 구성하는지를 고찰하고자 했다. 쿠어츠에크는 가속화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의 상황과는 역행되는 삶의 형태를 제시하는데, 바로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쓰면서 경험한 것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삶의 형태가 자발적으로 선택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 대해기억하는 것은 작가에게 불가피한 선택이고 내면적인 구속인데, 이러한 구속은 전후의 마을 발전과정에서 쿠어츠에크가 슈타우펜베르크 마을 사람들에게서 느끼는시간의 구속적 성격과는 차이가 있다. 사회의 현대화를 통해 이룬 성과는 마을 사람들에게 점점 더 정형화된 삶의 리듬을 강요하고, 이는 게오르크 짐멜과 노베르트 엘리아스가 제시한 현대 대도시 속의 개인들의 상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