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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간의 논쟁을 하버마스와 푸코의 관점에서 역사적 실천성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대한 두 원리의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논쟁이 서로 다른 인간이해에 이론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어느 쪽의 인간관이 옳은가를 분석․판단하는데 있어서의 이론적인 논의가 갖는 한계를 노정시킴으로써 이 두 이념의 ‘역사적 실천성’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 다음, 하버마스와 푸코의 관점에서 이들 두 이념이 구체적인 서구의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본다. 하버마스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인간해방의 근대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게 되었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이론적으로 대립되는 두 이념이 실천적으로 종합(synthesis)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반면 푸코의 연구는 이들 두 이념이 어떻게 지배의 도구로 상호보완적으로 이용되어 인간에 대한 통제를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나가는지를 기술한다. 이러한 두 학자의 상반된 관찰은 근대성(modernity)의 개념과 과제에 대한 이견을 야기한다. 즉 ‘우리의 현 상황은 어떤 것이가?’ 라는 문제와 ‘오늘날 우리가 역사적으로 떠맡아야 할 과제는 무엇이가’라는 두 질문에 각기 대립된 대답을 제시한다. 독약도 잘 쓰면 양약이 되고 악마도 성서를 인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한 정치 이념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대한 논의는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어지는가 또는 사용되어 질 수 있는가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이념의 역사적 실천성이란 문제는 필수불가결한 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에서는 앞의 논의를 전제로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탈근대라고 볼 수 있다면, 이 두 이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를 시론적으로 타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