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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龍飛御天歌에 대한 연구들은,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龍飛御天歌를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과 직결시키는 민족주의적/일국사적 관점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龍飛御天歌는, 그 “고유성”을 증명하는 증거로 읽힐 수 있는 내용 못지않게, 사실 그 “고유성”이라는 것이 “中華”와 “女眞族”과 “倭” 등의 이질적 정체성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민족주의적/일국사적 관점 때문에 해석되기 어려웠던 龍飛御天歌의 이러한 성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결국 우리는 이 용비어천가가 지니고 있는 조선왕실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과 그와는 다른 타자들의 “이질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 모두를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용비어천가의 찬자들이 어떤 시각과 목적에서 이러한 다양한 타자들을 용비어천가에 등장시켰는가라는 새로운 화두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 연구는, 훈민정음으로 쓰인 부분 때문에 한국적 “고유성”을 상징하는 텍스트로 조명되어 온 龍飛御天歌를, 그 텍스트가 담고 있는 조선왕실과 다양한 타자들과의 관계성이라는 역사적 맥락에 초점을 맞춰 다시 읽어봄으로써, 이를 당대 조선 지배층의 세계관 내지 역사인식 내지 타자인식의 틀이 어떻게 창출되었는가를 표상하는 텍스트로서 새롭게 해석해 보려는 시도이다. 기존의 민족주의적/일국사적 관점에 입각하여 진행된 연구지형의 담론지층들을 지식의 고고학을 통해 벗겨내고, 탈중심적/탈경계적/초지역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다시 살펴보았을 때, 용비어천가는, 그간의 민족주의적 관점이 본질화시켜왔던 그 한국적(조선적)인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것이 오히려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반 조선왕실이 동아시아의 여러 타자들과 조우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명된 전통’이었음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中華”와 女眞族과 倭寇는, 조선왕실이 이렇게 자기 정체성을 상상할 때에 이를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위해서 비추어보는 거울과 같이 반드시 필요한 타자로서 기술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龍飛御天歌에서, 조선왕실의 정체성은, 中華의 역대 왕조들의 “보편” 문명과의 유사점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中華와의 최소한의 차이점은 남겨두는 ‘비교’의 방식을 통해, “중화”와 같아질 수는 없더라도 이에 버금가는 상한선의 좌표에 설정되는 것이었다. 동시에 조선왕실의 그 정체성은, 中華의 “보편” 문명의 대척점에 위치한 女眞族과 倭寇와 같은 존재들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들과의 최소한의 공유지점(유교적 “보편” 가치)은 남겨두는 ‘비교’의 방식을 통해, 이들보다는 그 敎化의 정도에서 훨씬 앞서 있는 하한선의 좌표에 설정되는 것이었다. 결국 용비어천가에 담긴 조선왕실의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것도, 그와는 다른 정체성들과의 역동적 관계성 안에서 존재하던 그 정체성을, 유교적/중화중심주의적인 비교와 위계질서의 서사를 통하여 재구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조선이 문명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던 중화중심주의를 전유함으로써 스스로를 문명과 반야만의 사이에 위치하는 이른바 “小中華”로 창출해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Ever since modern scholarship of the studies of Korean literature and Korean history after 1945 in Korea, the text of Songs of Flying Dragons(龍飛御天歌) has always been interpreted within the narrow nationalist frame which only highlights that the text is to show “unique” origin of Korean identity, only because those small portions of the whole texts were written in Hunmin’chŏng’ūm(訓民正音) alphabet. However, in fact, Songs of Flying Dragons not only includes the texts about Joseon royal house’s unique Korean identity, but also shows elaborate descriptions and interpretations on identities such as “Middle Kingdom(中華)”, Jurchens, and “Wako” pirates that modern Korean scholarship can hardly define as “Korean” or “proto-Korean”. This study is to rethink those different identities of others that has been seen as alien and thus secondary in the text of Songs of Flying Dragons by korean nationalist scholarship, and to reinterpret them as the necessary “others” to which Joseon royal house mirrored itself to imagine its own identity and position as “Lesser middle Kingdom(小中華)” by compiling Songs of Flying Dragons, converging into the “universal” Confucian civilization of “Middle Kingdom” and differentiating from the savagery of “barbar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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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bieocheonga, Songs of Flying Dragons, Korean Vernacular Alphabet, Hunminjeongeum, Sejong, Yi Seong-g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