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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에서는 19세기말~20세기초 출간된 영문 한국설화가 한국설화의 이본으로서의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먼저 영문 한국설화의 근원이 당대 전승되던 구비설화인지 혹은 이전에 발간된 일문 한국설화집인지 고찰했다. 우선 당대 채록된 한국설화들과 영문한국설화집 소재 작품목록을 비교해 보았다. 당시의 한국설화들은 총 2804개 항목 중 민담이 2279편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설 463편, 신화 62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한국설화에서 전설이 신화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영문 한국설화집에서는 민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신화가 일부 있었다. 전설은 구체적인 지명의 유래나, 인물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라 외국인들을 위한 번역에 적합하지 않았고, 많은 영문번역자들이 동화로 번역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 비극적인 결말의 전설이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문설화집보다 먼저 출간된 일문(日文) 한국설화집도 분석했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알게 된 그리피스와 일본에서 한국설화집을 출간한 김소운, 정인섭 등 일어에 능통한 영어번역자들은 일본어판 한국설화집을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찰 결과 일문 한국설화집들이 영문번역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영문 한국설화집 중에서 영어원어민들의 번역서와 한국인들이 편찬한 번역서는 작품선정의 경향이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영어원어민들만 번역한 작품들도 눈에 띠는데, <별주부>, <콩쥐팥쥐>, <심청전>, <춘향전> 등의 소설이 그것이다. 정인섭과 김소운은 이 작품들이 설화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번역대상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영어원어민들과 달리 전설을 많이 번역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영문한국설화 중 수록빈도수가 높은 작품들과 해당 한국설화와의 비교를 통해 영문 한국설화의 특징을 밝혔다.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두더지 사위>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상 살펴본 결과 영문 한국설화작품은 한국설화 이본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대본으로 삼은 한국어설화집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번역한 것인데, 아는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과 달리 설화는 초기 채록본이 적어 외국인의 번역본이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한국설화의 이본연구에 있어서는 본격적으로 영역본이나 일역본도 고찰의 대상으로 넣어야 할 것이다. 영문 한국설화집들은 한국설화의 초기 정착본으로서의 큰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This study examines the value of English translations of Korean tales as different versions. The findings are as follows. Although legends accounted for a greater number of Korean-language tales than myths, the opposite is reflected in their English counterparts. Although Korean tales in Japanese collections were published prior to their Korean sources, English translators did not seem influenced by them. English translations performed by native speakers and those translated by Koreans were selected based upon different criteria. While Koreans opted to translate larger works, English speakers targeted fables and morality stories that could be easily adapted into Western fairy tales. Some frequently translated tales were compared with their Korean sources and analyzed according to their characteristics. I consider the English translations’ value as different versions of Korean tales. Despite their adaptation, English versions of these texts are valuable as different versions of Korean tales. In the past, English versions were excluded from studies of Korean tales; now, however, we believe their inclusion is necess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