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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는 첩과 관련된 민요에 나타난 향유자들의 첩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그 노래가 민요 향유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첩과 관련된 민요에서는 각각 첩에 대한 본처, 남성, 첩 자신의 시각이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노래의 대부분은 본처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드물게 남성의 시각을 드러낸 노래와 첩 스스로의 위상을 보여주는 노래를 찾아볼 수 있다. 남성적 시각을 드러낸 민요에서 첩은 사랑스런 존재이며 자기과시적 소유물이고 대를 이어주는 도구로 그려지고 있다. 사랑스런 존재이면서 소유물이라는 모순된 시각은 첩이 남성에게 주체적인 여성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도구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첩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본처에게 첩은 또 하나의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본처는 첩에 대해 강한 적개감을 드러내고 가해자로 인식하지만, 그 적개감의 이면에서 본처가 첩을 남편의 사랑을 받을만한 사랑스런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첩 스스로는 나이 많은 남성의 성적도구로밖에 살수 없는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매우 개인적이고 제한적으로 나타나 있을 뿐 여론을 형성하지는 못하였다. 본처 집단이 여성민요 향유층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첩은 그 향유자들 사이에 끼일 수 없으며 끼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위상을 드러낼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본처의 입장에서 불리는 대부분의 첩관련 민요는 첩을 과장되게 욕하거나 본처의 위치가 첩보다 낫다는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본처가 첩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래들은 순종과 인내를 담보로 한 본처의 긍지를 강조하거나 문제적 상황을 여성과 여성의 대립으로 표현함으로써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가 제시한 가정의 여성의 역할수행을 강화하는데 기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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