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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국대학은 식민지 대만사회의 유일한 근대대학이었고, 식민지 조선의 경성제대와 더불어 일본제국이 식민지에 세운 2곳의 식민지제국대학 중 하나였다. 본 논문은 1926년 설립 이래 대북제대의 전개과정과 학원문화의 특징을 검토한다. 많은 점에서 대북제대는 일본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었던 제국대학의 특징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대학은 개별 학문분야의 교수들의 강좌를 기본 단위로 해서 구성되어 있었는데, 단과대학의 교수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학문적 권위를 바탕으로 식민권력으로부터 상당한 특혜를 부여받았다. 교수들은 학교의 운영에 있어서도 외부권력을 가급적 배제하는 자율적 전통을 확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교수직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독점하고 있었고, 대만인이 학문적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닫혀있었다. 즉, 대북제대는 학문적 성과 및 교수의 충원에 있어서 철저하게 제국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학술-교육체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결국, 대북제대는 제국대학이라고는 해도 식민지대학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대북제대의 식민지대학으로서의 측면은 학생문화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대북제대의 학생 및 예비학교의 학생은 일본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 내에서 특권적인 엘리트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들 학교의 학생문화는 일본의 엘리트교육기관의 학생문화와 기본적으로는 동일했다. 일본의 엘리트학생들은 엘리트로서의 특권의식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인문학적 학생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식민지 대만의 경우에도, 대북제대는 다른 학교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자유롭고 비판적인 학생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학생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들뿐으로, 대만인 학생들은 배제되었다. 대만인은 학교생활에서는 비교적 일본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사회진출에 있어서는 차별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북제대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학원문화는 대만학생들에게는 양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