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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관료제 형성과정은 서구 선진 국가들과는 달리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사회경제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국과 같이 오랜 식민지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적 사회경제적 발전이 지체되었고, 외부적인 힘에 의한 갑작스러운 해방과 국가형성의 역사를 가진 국가관료제 형성의 전통적인 경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관료제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연구는 이런 질문의 해답을 한국의 국가관료제 형성기에 활동한 한 관료의 공적인 삶의 궤적을 통해 발견하고자 했다. 박정희의 군사정변 주체로서 약 12년 동안 총무처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관료제의 기초를 다진 이석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연구의 결과 이석제가 지닌 성격적 특성과 개인적 경험과 능력, 그리고 그가 소속되어 있었던 군 조직의 상대적인 진보성, 자신의 역할을 행정적인 영역에 국한함으로써 통치권자로부터 부여받은 절대적인 권력을 바탕으로 군사정변 직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관료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중요한 제도들을 설계하고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석제의 이러한 역할은 한국의 관료제가 규칙과 예측가능성에 의해 지배되는 합리적인 조직체계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받침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