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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청소년이라는 대상 자체에 대한 인식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청소년의 문화를 독립된 연구 소재로 삼아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기존의 청소년 문화 연구 패러다임의 경향을 살펴보면, 청소년의 발달 및 사회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성장·발달 과정상의 특성과 부적응 문제 혹은 사회화 과정의 특성과 일탈 행위 등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한편, 청소년을 수동적 존재로 대상화하는 연구 경향에서 탈피하여 청소년의 일상적 삶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구성주의·해석학적 입장에서 청소년들이 삶을 구성하는 과정과 그 의미 해석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소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활 현장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청소년들의 삶 자체를 생생하게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는 민속지적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문화를 미래지향적이고 실천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조명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문화 연구 패러다임과 함께 청소년들의 삶이 소외되고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생활 현장 속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청소년의 일상적 삶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해방적 관점에서의 연구와 통찰도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어른 중심의 기존 학문적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청소년 문화 연구 패러다임으로 문화정치학적 접근을 제시하였다. 이 접근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나아가 이러한 형성 과정에서 파생되는 사회적·정치적 역학관계들을 밝혀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즉, 문화적 내용물을 특정 국면의 문화적 현상 혹은 의미화 과정으로 파악하여 이를 다각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사회적 의미를 추적하고자 하는 것이다.문화정치학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 문화를 분석해 보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혹은 일상에서 학교나 기성세대의 지배적인 문화적 취향에 저항하여 자신들 나름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을 발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문화 혹은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저항은 권위적으로 행사되는 지배의 문화에 수동적으로 동화되지 않겠다는 그들 나름의 상징적 표현이며, 그 자체가 자신의 공간 창출을 위한 하나의 실천적 행위이다. 그들은 문화의 장 속에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한다.청소년에 대한 문화정치학적 분석 및 논의는 문화 현상을 자본주의 체제나 계급의 문제로 파악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상적인 문화 영역 속에서 청소년 세대와 기성 세대간의 의미화 과정, 규범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인 동시에 기성세대에 의해 소외되고 왜곡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실천적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적 작업은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문화적 잠재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청소년 세대와 성인세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문화적 역량도 함께 길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An Alternative Approach to the Study of Adolescent Culture-Focused on Cultural Poli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