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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무역의 기능적 통합이 제도적 경제통합에 주는 시사점 유럽, 북미, 동아시아에 대해 무역의 지역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역화계수 및 무역의 지리적 편중도를 나타내는 무역편향도 지수를 관찰한 결과 이들 세 대륙에서는 1970년대 이후 경제가 성장할수록 무역의 지역 집중이 심화되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별 무역협정이 확산되어 온 90년대 들어서는 그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90년대 이후의 지역화는 경제적 지역주의와 지역무역협정에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규모의 무역협정이 없는 동아시아에서는 지역별 무역협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의 지역화가 다른 지역 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의 무역통합은 소위 시장에 의한 사실상의 통합(de facto integration)으로 간주되어 왔다. 동아시아의 경우 70-80년대에는 주로 일본 투자의 역내 집중에 의한 생산의 국제적 연계가 역내 무역통합의 중요한 요인으로 관찰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지역화는 주로 선진국 일본에 의해 유발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에는 지역화 요인에 큰 변화가 관찰 되었다. 일본 대신 NIEs가 역내 무역 통합의 중심 주체로 부상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중간재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무역확대가 역내무역 통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 중국의 고속성장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중간재 교역 증가는 역내 FDI의 증가와 함께 동아시아를 하나의 결합생산권으로 묶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중심의 통합이 가지는 기능적 특성은 앞으로 동아시아가 추구하고자 하는 제도적 경제통합(de jure integration) 실현에 중요한 정책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즉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무역통합은 선진 일본이 아닌 개도국 구룹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최종재가 아닌 중간재 무역의 증가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시장 중심의 무역통합은 앞으로 제도적 경제통합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장벽의 제거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제국은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역내시장의 기능적 통합을 기초로 하면서 그것을 확대 발전 시킬 수 있는 제도적 경제통합을 구현해 갈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 강제 구속력이 수반되는 제도적 경제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결속시킬 수 있는 공동의 가치관 즉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s)의 개발과 구미지역과 구별되는 고유의 지역정체성(regional identity)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전통문화(예를 들면 유교적 가치)에 대한 재 인식과 그 현대적 해석 및 그것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와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