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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 정신착란을 일으켜 야전병원에서 자살한 게오르크 트라클 Georg Trakl (1887-1914)의 작품『꿈과 착란 Traum und Umnachtung』은 작가의 불행했던 생애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된 산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품을 통해 트라클의 존재에 대한 불안이나 절망, 친동생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그리고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재발견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1914년 출판되어 그 당시 많은 문학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던『꿈과 착란』의 주요한 모티브이자 작품의 테마인 저주받은 혈통에 대해 텍스트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다. 동일한 혈통이라는 이유로 사멸해야만 하는 한 가족의 운명이 작품 『꿈과 착란』에 어둡고 비관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저주를 유산으로 물러 받은 소년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라기보다 서로를 파멸시키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래서 주인공인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끔찍스런 전율과 고통을 경험하고 어머니를 죽음이나 몰락으로 수용한다. 또한 그는 누이에게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영혼적으로 동일함을 인식하며 정신 착란을 일으킨다. 소년은 누이에 대한 사랑을 금친상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죄책감과 죄악감을 느끼고 자아와 현실의 갈등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주관적 자아를 상실하고 파괴되어 가는 소년은 정체된 상황에서 운명에 반항하기보다는 순응하는 자세로 한 가족의 멸망직전 상황을 폭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작품 『꿈과 착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불가항력적인 저주는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히 한 혈통의 죽음을 나타낸 단지 아버지와 자식 세대의 몰락을 의미한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붕괴는 한 특정 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인류 전체의 파멸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