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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프트만을 비롯한 자연주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한 가장 큰 사회문제가운데 하나는 당시 시민계급 결혼의 허구와 파괴 그리고 가정의 몰락이었다. 이러한 비극의 중심에는 여성인물들의 문제점과 운명이 자리한다. 논문에서는 19세기 후반 사회적, 문화적 배경 하에 당시 여성문제를 둘러싼 논쟁들을 간략히 살펴보고, 딸들의 가족 내에서 혹은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 그들의 종교적, 도덕적 관념과 의지 그리고 외부적 자극에 대한 반응과 그 원인 등을 하우프트만의『평화제』와 『해리모피』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호르크하이머가 부권적 교육의 치명적인 결과를 딸들의 아버지에 대한 종속관계와 죄의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시민계급의 딸들은 아버지의 교육과 영향 하에서 스스로의 삶과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고 부권에 강하게 종속되어있다. 그녀들은 대부분 공적인 교육과 자아형성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순종적이고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무시당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하우프트만이 ‘가정의 파멸’이란 부제를 단 『평화제』에서 가족구성원간의 불화로 파괴된 숄츠 가정을 구원할 수 있는 인물로 제시하는 이다 역시 사랑과 헌신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그녀의 모든 긍정적인 특성들에도 불구하고 독립성 및 자아의식의 결여를 보여준다. 어머니의 영향 아래서 자란 이다는 부권의영향 하에서 자란 딸들에 비해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아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남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통해서만 힘과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스스로 믿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이러한 독립성과 자아의식의 결여는 가부장제의 권위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있는 그녀의 어머니 부흐너 부인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부흐너 부인의 여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하는 가치와 도덕에 일치하며,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억압하는 또 다른 방식의 억압기제인 소위 이상적인 여성상에 일치하고있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작품들에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독립적인여성이나 사회적 진출을 꾀하는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그녀들의 부모는 등장하지않는다. 부권이나 가부장제에 토대를 둔 부모의 집은 여전히 딸들에게 아버지의딸이라는 역할을 강요하고 있고 여성들의 자유나 독립성을 추구하는데 큰 방해요소인 것이다. 『평화제』의 아우구스테 숄츠, 『해리모피』의 레온티네와 아델하이트는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전혀 교육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다. 자아형성을 위한 일말의 가능성도 찾을 수 없는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우구스테는 스스로 숨어 지내며 말 한 마디도 자신 있게 할 수 없는 미성숙 상태에서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를 통해 당시 딸들에 대한 교육 형태와 그로 인한 정신적 미성숙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딸들은 아버지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런 확고한 신념에서 그녀들은 굴종적이고 비독립적으로 자라게 된다. 딸들의 종속성과 비극적 운명이 사회비판적 성향을 지닌 자연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서또 하나의 문제영역으로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