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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북한 정권이 어떻게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을 창조, 재창조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의 민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실체는 어떻게 상상되어 왔는가를 분석한다. 북한 사회에서 항일 빨치산의 혁명전통은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이러한 권력의 기제는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 국가적 구호와 함께 정치, 경제, 군사, 교육, 출판, 문예, 생활문화 등 사회의 전분야로 확대되고 주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단순한 도구론적 시각에 기대거나 아니면 문헌중심의 정전화된 담론 분석에 치중한 기존의 연구들을 넘어 이 논문은 항일무장투쟁 전통이 민족 개념 창조와 형상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민족의 상상 작업에 어떻게 동참했는가를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탐색하고자 한다. 역사적 전통을 고착화시키고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민족의 실체를 끊임없이 상상해 왔던 북한의 역사적, 사회적 과정은 권력, 담론, 주체의 형성으로서의 민족주의란 틀 속에서 해명되며, 이러한 틀 속에서 위로부터의 동원과 아래로부터의 대응의 관계 속에서 전통이 만들어지고 민족이 형상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