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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퍼스에 있어서 철학함(Philosophieren)은 인간이 한계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을 깨닫고 좌절(Scheitern)하고 동시에 그 좌절을 계기로 하여 초월자로부터 걸어오는 언어로서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실존이 되는 데 있다.한계상황은 상황일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면서 - 상황일반이 인간의 현존재나 의식일반에 의해서 변경될 수 있으나 한계상황은 절대적으로 변경 불가능하고 오히려 인간의 현존재를 압도한다는 사실에서 - 인간의 현존재의 내면에 좌절과 절망을 야기시키는 근본 상황이다.한계상황의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국면으로서 죽음, 고통, 투쟁, 죄책은 인간의 현존재를 좌절시킴과 동시에 실존적 초월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실존적 초월은 초월자의 암호에 대한 해독의 가능성을 구현시킨다. 따라서 초월자의 암호해독은 곧 인간의 본래적 자기로서의 실존의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을 경험하는 것과 실존하는 것은 동일하다"라고 말하고 있다.한계상황의 경험은 이와 같이 초월자의 암호해독과 본래적 자기로서의 실존개명(Existenzerhellung)을 현실화시킨다.야스퍼스의 초월자는 비대상적이기 때문에 언어로 언표되거나 전달될 수 없고 그리고 오성에 의해서는 더욱 인식될 수도 없다. 초월자는 오직 실존에게만 암호로서 나타날 뿐이다.초월자의 암호는 비신체적, 비형상적이고 多義的이다. 그러므로 초월자의 암호에 대한 다의적인 해독에 의해서 비로소 초월자의 현실성이 감지되고 동시에 실존이 개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