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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1629-1703)의 유학사상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실학사상으로서 규정되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도 본고는 서계 실학사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보다는, 그 실학사상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인식론적 배경에 관하여 검토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세계를 보는 입장에 따라 사상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할 때, 사물에 대한 인식의 태도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사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문제를 ‘격물치지’의 맥락에서 확인하고 있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다중적으로 내함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사상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인식론적 토대의 성격을 갖는 주제이다. 본고 역시 서계의 ‘격물치지’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그 인식론적 토대를 확인해 보고자 한 것이다. 필자는 서계 유학사상의 실학적 인식의 기초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즉, 주자학에 대한 비판적 입장, 사물의 차이성에 대한 강조 또는 주체의 발견, 공허한 사변의 거부와 경험적 지식의 강조, 생활세계의 중시와 지행합일의 강조가 그것이다. 서계는 이전의 주자학적 모형의 인간상을 부정하면서 근대 지향적 인간상을 제창한다. 그것은 ‘성인’과 보통 사람을 동류라고 파악한 결과이며,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이익과 욕망을 긍정한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농학과 생물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기운의 질서를 통해 사물의 생명현상이 가진 연대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던 점 등은 모두 서계의 유학사상이 실학적 인식에 기초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서계의 실학사상은 사물에 대한 경험적 관찰을 중시한 ‘격물치지’의 재해석에 의하여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완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对西溪 朴世堂(1629-1703)的儒学思想学术界普遍认为其实质是实学思想。作者虽然承认学界的定位,但是本稿的目的不是研究西溪实学思想的具体内容,而是研究其认识论背景。对世界的立场不同,其思想内容也不同,从这一点来看对事物的认识态度是至关重要。在儒学史上把认识论问题在‘格物致知’的脉络上理解。因为它包含对事物认识的多重内涵,所以是支撑特定思想内容的认识论基础性质的主题。本稿也围绕着西溪对‘格物致知’的立场,考察其认识论基础。对西溪儒学思想的实学认识基础,笔者从朱子哲学的批判立场,对事物差异性的强调及主体的发现,空虚思辨的排斥和经验知识的强调,生活世界的重视和知行合一的强调等方面进行了考察。西溪否定从前的朱子学模型的人格形象,提倡近代志向性的人格形象。这是对‘圣人’和常人一视同仁的结果,又是肯定对日常生活中人类追求的利益和欲望的结果。对农学和生物学的关心,通过气的秩序来确认事物的生命现象所具有的连带性,这一切都是西溪儒学思想的实学认识论基础的结果。由此可见,西溪的实学思想是对事物以重视经验观察的‘格物致知’来再解释的具体内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