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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의 목적은 케냐의 언어 상황이 화자들의 언어 태도와 언어 실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검토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첫째, 주 조사지인 우모자와 부루부루의 역사, 인구학적 특징,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소개하였다. 둘째, 케냐의 언어 상황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았다. 셋째, 상이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화자들의 언어 태도와 언어 실천을 고찰하였다. 1970년대 초반 경부터 나이로비는 현저한 인구 증가로 인해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부루부루와 우모자가 건설된 것은 이러한 팽창의 결과였다. 우모자는 주로 중하층의 사람들이 사는 주거 지역이기 때문에 기반시설의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 이에 비해, 부루부루는 주로 중산층의 사람들이 사는 주거 지역이기 때문에 현대식 쇼핑센터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반시설의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케냐의 언어 상황의 복잡성은 이 국가의 사회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스와힐리어와 영어는 공식적 인정을 받고 있지만, 토착어들은 결코 정당한 관심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와 더불어 스와힐리어는 종족 간의 의사소통, 교육, 정치 회합, 대중매체, 공공 서비스, 상업 활동 등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영어는 학교 교육 전반에서 수업 매체로 사용되고 있는 반면, 스와힐리어는 단지 하나의 과목으로만 가르쳐지고 있다. 영어는 스와힐리어와 함께 공식어이긴 하나, 가장 위신 있는 언어로 간주된다. 스와힐리어는 1974년에 국가어로 지정되긴 했으나, 그간 이 언어는 국가 수준에서 일관성 있게 검토되지 못했다. 오늘날 케냐의 언어 상황은 ‘복잡성’과 ‘정신분열증’이라는 단어들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화자들의 언어 태도와 언어 실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대다수의 케냐인들은 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하나, 사회․경제적 이점을 지니고 있는 영어나 스와힐리어를 선호한다. 즉, 그들은 영어, 스와힐리어 및 모어에 대해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소수 종족 집단의 언어들은 사멸의 위기에 직면해 왔다. 또한, 상이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화자들 간의 언어 실천 과정에서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들 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이러한 현상은 종족 집단 간 및 세대 간의 언어 실천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언어적 위계질서는 사회적 위계질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케냐 사회의 문화적 규범으로 인해, 양성(兩性) 간의 언어 사용에서도 차이가 발견된다. 이 사실은 언어 실천 과정에서 남성은 남성답게 되는 것을, 그리고 여성은 여성답게 되는 것을 배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그들의 모순된 감정과 그들 간의 갈등이 종종 드러나는 화자들의 언어 태도와 언어 실천은 복잡하고 정신분열적인 케냐의 언어 상황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