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소말리아 남부에서 케냐와 탄자니아를 거쳐 모잠비크 북부에 이르는 동아프리카의 해안지방에 위치한 스와힐리사회는 오랜 시기에 걸쳐 다양한 외부세계와 지속적으로 교역, 교류 및 접촉을 유지해왔다. 오랜 시기에 걸쳐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고 영향을 주고받은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스와힐리사회의 개방성과 코스모폴리탄한 성격이 두드러지게 되었으며 스와힐리사회의 이러한 성격은 차용어에도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아랍어, 페르시아어, 영어, 힌디, 포르투갈어, 터키어, 독일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들로부터 어휘를 차용함으로써 스와힐리어의 어휘는 풍부해지게 되었으며 이들 차용어들은 스와힐리사회가 외부세계와 유지한 접촉과 교류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더불어 스와힐리사회는 외부세계로부터 차용한 어휘들을 동아프리카의 내륙에 거주하는 종족집단들에게 전함으로써 외부세계와 내륙을 연결하는 일종의 가교 역할도 수행했다. 본 연구는 15세기말부터 17세기말까지 동아프리카 해안지방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던 포르투갈과 스와힐리사회의 역동적인 관계와 접촉을 스와힐리어에 차용된 포르투갈어 어휘를 분석함으로써 규명하고자 한다. 차용된 어휘들을 의미영역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접촉분야는 물론 두 집단 간에 이루어진 교류의 양상과 성격을 분석한다. 스와힐리어에 차용된 포르투갈어 어휘들을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차용된 어휘들이 어떻게 음운, 형태, 의미의 단위에서 토착화(동화, 스와힐리어화)되었는지 분석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사물과 개념을 수용하는데 있어 스와힐리인들의 인지과정이나 인식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분석틀로 기능할 것이다. 특히 포르투갈어에서 스와힐리어로 차용된 어휘들이 단순히 어휘적 공백을 채우고 새로운 사물과 개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어휘적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기능만이 아니라 포르투갈로 대표되는 당시의 유럽적 근대성을 드러내는 지표로서 의도적인 선택과 사용이 이루어졌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포르투갈인들이 동아프리카 해안지방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쳤던 2세기 동안의 기간에 스와힐리사회가 외부사회의 문화를 어떻게 수용했으며 외부사회와 유지한 관계 및 접촉의 성격을 분석한다.